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LG화학과의 분쟁은)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독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과 기술 중심의 기존 경영 전략에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린 이니셔티브를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배터리·소재·화학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현재 30%인 이들 사업의 자산 비중을 2025년 60%로 키우기로 했다. 또 현재 25% 수준인 글로벌 자산 비중도 2025년까지 65%로 늘리는 등 모든 사업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LG화학과의 소송전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성장궤도에 오른 시점에 경쟁사와의 분쟁이 생겨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을 비롯해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윤예선 배터리 사업 대표 등 관련 임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SK이노베이션 계열사 CEO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 LG화학과의 소송 진행 상황은?
- 김준 총괄 사장 : 성장전략과 관련된 부분을 말하는 자리라서 관심 많은 건 아는데 잘 대응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늘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며, 우리 입장은 이미 보도자료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본다.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동요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고, 고객사가 걱정하는 부분 없게끔 대응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배터리 산업이 본격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안타까운 일이다.
▲ 배터리 애즈 어 서비스(As a Services)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 김준 총괄 사장 : 향후 배터리를 렌털, 리스하는 등의 서비스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례를 들자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정책에 기대 성장하고 있지만 내년 말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가 얼마나 경쟁력 가질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3~4년 동안은 보조금이 없는 전기차가 불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를 차값에 넣지 않고 렌털 또는 리스하는 방식이 경쟁력이 갖게 될 것이다.
어쨌든 자동차 시장은 2030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개도국 입장에선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기 쉽지 않지만, 소득이 오르면서 전기차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환경 규제가 거세지고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전기차 보급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본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않으면 자동차에서 할 일도 많아지게 된다. 전기 소비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늘어난다면 기존 내연기관차는 이를 커버하기 어려울 것이다.
▲ 올해 분사한 아이이테크놀로지는 중국, 유럽 등에 추가 투자 계획 밝혔는데, 이들 국가와 공급 계약이 진행되나?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 분사를 한 뒤 이노베이션 내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폴란드에 설비가 지어지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미국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장이 있는 곳에서 공급 협의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산업과 관련해 폴크스바겐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 추진 경과는 어떻게 되나?
- 윤예선 배터리 사업 대표 : 조인트 벤처 설립 건은 계속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두 회사의 비밀준수 조약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폴크스바겐과 노스볼트와의 협력 건은 우리의 기존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편, 폭스바겐과 조인트 벤처를 운영에 따른 기술 유출 위험도 적다. 폭스바겐은 기술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자동차에 품질 높은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자산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이란 제재로 SK에너지는 콘덴세이트 수입을 못 하는데 어떻게 물량을 대체할 생각인가?
-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 SK이노베이션은 이란산 원유를 제일 많이 쓰고 있는데. 작년 11월부터 이란 제재 예외국 인정을 받았다. 올해 들여오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270만 배럴 정도다.
다만, 최근에 예외국 인정이 제외되면서 신규 도입을 할 계획은 없다. 이란산 수입 비중이 높은 콘덴세이트는 러시아, 카자흐, 카타르 등 원유도입선을 다변화해 사전에 대비했다.
▲ 정제마진이 많이 악화됐는데 제품별 시황은 어떤가.
-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 상반기 정제마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가 감소했고 OPEC의 감산에 따른 영향도 있다.
하반기에는 정제마진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연말이 되면 디젤을 중심으로 한 경질유 수요가 많이 늘어서 10~11월 이후 정제마진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 공장 가동률을 줄였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시황 제품 수급 또는 제품 가격에 따라 가동률을 조절하는데, 지금 줄어드는 건 전기 보수의 영향이 크다. 유가는 수요 제품 감소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서 70달러 수준으로 많이 올랐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놓고 대응하려 한다.
▲ 구미형 일자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청와대에서 투자를 요청하는 공식적인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나?
- 김준 총괄 사장 : 민감한 이슈다. 우리 같은 민간기업 입장에서 이에 대해 발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사장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입장에서 생각해도 코멘트는 적절치 않다.
▲ 삼성전자 폴더블폰에서 이물질 결함이 발견됐는데, 폴더블폰 부품인 ‘플렉시블커버윈도(FCW)’를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만든다.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FCW는 우리 회사를 비롯해 다른 두 회사도 있는데, FCW에 대한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가진 회사는 우리 뿐이다. 기술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폴더블폰 이물질은 FCW의 문제보다는 설계적 결함이 더 크다.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초기 발생한 결함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문제 제품과 우리 제품은 다른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