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가 근거없다며 향후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LG화학은 인력을 빼가는 방법으로 배터리 핵심 기술을 가로챘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른 데다 핵심 기술력 자체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없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주장하는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고 모두 자발적인 의사라는 입장이다.
이어 “LG화학이 근거없이 비신사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LG화학의 비방으로 발생한 국내 업체 간의 분쟁이 한국 기업들의 평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30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같은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의 영업비밀이 필요없다”며 맞불을 놓았다. 지난 1996년부터 배터리 개발에 조 단위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쟁기업과 설계와 생산 기술 개발 방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LG화학이 제기한 ‘인력 빼오기를 통한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배터리 기술력이 LG화학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배터리 핵심소재 하나인 양극재 기술을 해외 업체로부터 들여오는 LG화학과는 달리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생산 공정방식에서도 LG화학은 전극을 쌓아 붙여 접는 방식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전극을 먼저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가면서 쌓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접착공정을 없애 생산단계가 줄어 성능과 마진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췄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국내외 배터리 업계 중에서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차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따라서 경쟁사 인력을 빼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LG화학에서 이직해 온 인력들은 회사가 먼저 접촉해 채용한 것이 아니라, 공개채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들 가운데 선발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문건은 지원자들이 업무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일 뿐, 자사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업무성과를 입사서류에 넣는 것은 경력직 채용 시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LG화학이 5명의 전직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영업비밀 침해와 연결시켜 주장하는 것도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자들이 LG화학과 맺은 ‘2년간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판결인데도 영업비밀 침해와 연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이번 제소를 경쟁사에 대한 ‘견제’로 해석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1년에도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제조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3년 뒤 서울지방법원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 모두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동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에 이런 식의 경쟁사 깍아 내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경쟁사가 비방을 멈추지 않는다면 고객과 시장 보호를 위해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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