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은행권은 대규모 손실로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사태의 배경으로 은행의 과도한 실적 경쟁이 지적되면서 직원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고객 수익률을 중심으로 KPI 개편에 나섰습니다. DLF사태에서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한 과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야기했다는 지적에 따른 자발적 조치입니다.
이번 KPI 개편은 은행권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돼 왔던 실적 압박과 불완전판매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당국의 고위험 사모펀드, 신탁 판매 규제와 맞물려 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비이자이익 지표를 전면 폐지하고 고객 수익률, 고객케어 등 고객 지표의 배점을 대폭 확대하는 변화를 택했습니다. KEB하나은행도 KPI에 고객수익률을 5%에서 10%로 2배 상향하고, 투자상품 판매 이후 불완전판매로 판단될 경우 손님에게 철회를 보장하는 투자상품 리콜제(책임판매제도)를 도입합니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고객 최우선’ 관점에서 KPI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새롭게 도입되는 KPI의 핵심 내용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는 평가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목표달성률 평가’를 도입하고,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폐지해 과당 경쟁 방지 및 협업을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올 하반기부터 고객 수익률 비중을 금융자산 3억원 이상 고객을 상대하는 PWM센터에는 기존 10%에서 16%로,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고객을 상대하는 PVG센터에는 10%에서 30%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KB국민은행도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영업점 평가 체계 개선, 종합고객수익률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KPI 개편으로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서 고객수익률을 우선순위로 두게 된 점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비이자이익을 창출하는 자산관리 등 투자상품 판매 부분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기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금융당국은 DLF사태 대책방안으로 은행권은 앞으로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을 20% 이상 잃을 수 있는 이른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은행 창구에서 판매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초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로 순이자마진(NIM)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까지 시행되면 비이자이익 마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DLF사태를 계기로 고객 수익률 중심과 과당 경쟁을 하지 않는 KPI 시스템 개편이 이뤄져 불완전판매와 실적압박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비아자이익이 크게 줄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 규제를 받지 않는 중·저 수익률 상품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