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 명칭이 허위 및 과장 광고라는 LG전자의 주장을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해당 사건에 대한 심사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싸움의 발단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패널로 채택한 ‘QLED’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붙인 건데 공교롭게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손꼽히는 ‘자발광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와 이름이 같습니다.
LG전자가 발끈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혹시라도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QLED TV를 보면서 LG전자 것보다 뛰어난 최신기술이 탑재됐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LG전자 입장도 이해할만합니다. 디스플레이 기술만 놓고 본다면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삼성전자의 LCD 기반 제품보다 앞서있다고 평가받거든요. 백라이트(후방조명)가 필요한 LCD와 달리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입니다.
LG전자는 OLED가 특히 패널 두깨와 색 재현력 면에서 LCD보다 낫다고 강조합니다. LG전자 눈에 삼성전자는 뒤처진 LCD 기술을 들어나와서 프리미엄 시장 파이를 갉아 먹고 있으니 좋게 보일 리가 없었겠죠.
결국 지난해 9월에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마케팅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면서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같은 해 10월 LG전자가 자사 TV를 비방한다면서 맞신고했습니다.
당시 두 회사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지적했습니다. LG전자가 연 설명회에서는 자사 제품과 나란히 전시한 삼성전자 TV가 이상하리만치 현저히 떨어지는 선명도를 보였고 삼성전자 설명회에서는 LG전자 TV가 8K 영상 구동에 실패하는 해프닝이 일어나 “일부러 경쟁사 기능을 저하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정위가 심사를 끝내기로 한 이유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상호 신고를 취하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두 회사의 의견문을 보면 ‘화해’보다는 ‘휴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QLED TV가 LCD 기반임을 알리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을 고려해 취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못을 깨달은 것 같으니 우리가 봐준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삼성전자는 의견문에서 “공정위를 통해 QLED TV 명칭 사용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했습니다. 예전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싸움이 가전 분야까지 불붙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비공식’ 보도자료를 만들어 일부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입니다. 건조기나 에어컨 등 상대의 주력 가전제품이 에너지 효율을 과장한다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다거나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둘이 합쳐 전 세계 TV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 간 치열한 신경전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사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상대방 제품을 깎아내리기 위해 구태여 기술설명회까지 마련하는 모습에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두 회사가 진흙탕에서 씨름할 이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초딩싸움’에는 소비자가 빠져있습니다. 정체되는 가전시장에서 선두업체 간 날카로운 언행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정위로 올라가거나 기자들에게 자료를 흘리면서까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것은 소비자 판단에 혼란만 가져올 뿐입니다.
선택은 소비자가 알아서 합니다. 두 회사가 서로 멱살을 잡은 두 손을 놓고, 어떻게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고객에게 잘 설명할지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