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25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회장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류필수 전 효성 인포메이션 시스템·효성 노틸러스 대표이사에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조 회장은 주식 재매수 대금 마련을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개인회사 ‘GE(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주식 가치를 11배 부풀려 매입하도록 해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또 2008년부터 개인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하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그룹 계열사에 허위 채용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허위 직원을 등재하는 수법으로 효성 등 자금 약 1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도 있습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조 회장이 개인미술품을 고가에 편입시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혐의와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선고했습니다.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가 비싸게 사도록 해 차익을 얻은 혐의(업무상 배임)를 유죄로 본 1심 판단을 뒤집은 결과입니다. 다른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1심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법·정도 경영을 반드시 실천해 다시는 사회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제게 기회를 주시길,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선처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한편,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부터 아들인 조현준 회장까지 수 년간 발목 잡았던 ‘오너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결정한 조 회장의 경영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조현준 회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해외 투자를 결정해 ‘초격차’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효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일단 해소됨에 따라 조회장이 언급한대로 향후 효성의 정도 경영에 크게 기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효성그룹은 차세대 먹거리로 수소사업을 정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효성은 린덴그룹과 함께 울산공장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도 선도하고 있습니다. 효성티앤씨는 터키에 60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연산 1만 5000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합니다. 터키 공장을 통해 효성은 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란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