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작년 금융권의 실적 성적표가 우수하더라도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배당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은행과 주주들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는 대표적으로 배당 파워가 높은 종목인데 금융당국이 나서 배당성향을 줄이라고 하니 주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주주들은 네이버금융 종목토론실에 “금융위 때문에 망했다”, “배당금을 줄이라고 하지 않나. 이익공유제를 말하지 않나. 관치금융의 전형”, “은행주는 안되겠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금융위 “코로나19 장기화에 손실흡수 능력 중요”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하고, 올 상반기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은행에 권고하기로 지난 28일 결정했습니다. 금융위 의결로 배당성향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권고안의 핵심은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이 25%~2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7%포인트 낮춰 주주들에게 배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부터 은행권과 배당 축소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 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라는 것이 당국의 입장입니다.
금융당국은 1997년 외환위기 성장률인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위기 상황에서 시나리오별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하는 재무건전성 평가입니다. 평가 대상은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입니다.
테스트 결과로U자형(장기회복)이나 L자형(장기침체)에서 모든 은행은 최소 의무 자본비율을 지켰습니다. U자형 장기회복은 2021년 –5.8%, 2022년 4.6%, 2023년 상반기 5.9%의 성장을 가정했고, L자형 장기침체는 2021년 –5.8%에 이어 2022년에도 제로 성장할 것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반면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은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2023년 6월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8.37%로 떨어지고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도 10% 내외까지 하락했습니다.
◆ 주주들 “관치금융, 도 넘었다” 지적...금융당국 “한시적 조치”
은행들은 이번 배당 자제 권고에 난감한 입장입니다. 배당이 없으면 주주들을 설득할 동력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주가 IT 종목처럼 성장이 가파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높은 배당’이라는 매력이 필요합니다.
주주들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주식 관련한 각종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책 명분 자체는 공감하지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배당규제·이익공유제 논란은 주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입니다. 계속되는 저가갱신에 주식에서 ‘은행주 소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주주들의 반발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비하자는 취지이고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간섭보다는 관리 측면에서 권고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본시장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배당 비율을 15%까지 낮추라는 권고가 있었다”며 “이번 조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