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남궁경 기자ㅣ유통가에서 내놓은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체적인 소비가 줄었지만, 개인이 선호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프리미엄 상품을 이끌고 있는 대표 상품으로는 설 선물세트가 꼽힙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명절'이 예상되면서 고가 선물을 보내려는 수요 증가와 함께 정부가 침체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설 명절 기간 농축수산 선물세트 가격 상한선을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높인 것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마트와 쓱닷컴(대표 강희석)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설 동기간 대비 각각 79.8%와 212.8% 상승하며, 전체 선물세트 매출을 견인했습니다.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면서 매출이 상승했습니다. 롯데마트(대표 강성현)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10만원 이상 위스키 매출이 지난해와 견줘 210.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회사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으로 준비한 '맥캘란 18년 쉐리오크’는 준비 물량이 이틀 만에 모두 예약 완료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선 10돈짜리 골드바가 순식간에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이마트24(대표 김장욱)가 설 선물 세트로 준비한 285만원대의 골드바 10돈(37.5g) 세트 20개가 예약판매 시작 3시간 만에 동났고, 다음날 50개 물량은 오후 5시 만에 전량 소진되며 고가 상품의 인기를 입증했습니다.
또 GS리테일(대표 허연수)이 운영하는 GS25가 1월 매출 데이터에서는 프리미엄 식빵이 매출 효자로 등극했습니다. 지난달 6일 출시한 '순우유식빵'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배 이상 급증하며 GS25 매장의 '골든존(편의점 상품 진열대 중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을 차지해 가고 있습니다.
GS25매장에서 판매하는 평균 상품 수가 3000개(담배·서비스 제외)임을 감안하면 순우유식빵이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겁니다. 또 골든존을 꿰찬 순우유식빵은 잼과 버터, 슬라이스햄, 베이컨 등 식빵의 부재료 격 상품과 연관 구매되는 효과까지 가져오며 해당 상품의 평균 매출 또한 2.7배 규모로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유통가 일부 상품군에서는 양극화 소비 패턴까지 나타났습니다. 저렴한 상품은 더욱 저렴하게, 고가 상품은 더 비싸더라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겁니다.
코리아 세븐(대표 최경호)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전체 와인 매출에서 1만원 이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2.2%에서 2019년 26.2%, 2020년 31.3%로 올랐습니다. 3만원을 초과하는 와인 매출 비중 역시 2018년 6.2%, 2019년 7.4%, 2020년 8.5%, 올해 9.4%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1만원 초과~2만원 이하 제품 비중은 2018년 68.6%에서 지난해 58.2%로 떨어졌습니다. 2만원 초과~3만 원 이하 제품 비중은 같은 기간 3%에서 2%로 줄어들며 편의점에서 와인을 찾는 고객들이 저가 상품 아니면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양극화 소비 패턴은 뚜렷했습니다. CJ올리브영(대표 구창근)이 지난해 열었던 연말 결산 대규모 할인행사 ‘올영세일’에서는 원 플러스 원(1+1), 추가 증정 등으로 구성된 기획 상품 매출이 32%나 증가했습니다. CJ올리브영 공식 온라인몰의 ‘프리미엄관’과 주요 대형 매장 내 프리미엄군 브랜드 매출은 지난 세일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의 경우, 정주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특수를 누린 것이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프리미엄 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가성비·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