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새롭게 출범할 KB손해보험의 첫 수장에 김병헌 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LIG손보 대표로서 그의 임기는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으며 이후엔 새 회사의 대표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본지 2015년 6월3일자 <KB금융, KB손보 초대 대표에 김병헌 사장 내정> 기사 참조).
지난 2013년부터 LIG손보를 맡아 온 김병헌 대표는 KB손보로 이름만 바뀔뿐 같은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인수 전과 후의 회사에서 대표이사직을 연이어 맡게 된 그의 행보에 보험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병헌 대표이사는 이달 24일 예정된 LIG손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LIG손해보험은 현재 미국법인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중으로 KB손해보험으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 김병헌 사장 'KB손보' 수장..유임된 배경은?
김병헌 대표는 지난 1983년 범한화재해상(현 LIG손해보험)에 입사해 한 우물만 판 '보험통'이다. 김 대표는 서강대와 서울대에서 각각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보험의 위험관리를 공부했다. LIG손보에서는 강북본부장을 거쳐 경영기획, 경영지원, 영업총괄 등을 두루 거치며 이론과 실무경험을 동시에 쌓았다.
KB금융에서도 김 대표가 보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해 KB손보의 신임 사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김 대표는 손해보험업의 다양한 업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해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손해보험사가 없는 KB는 김 대표같은 손보사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것이다.
김 대표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받았다. 이른바 '스킨십 경영'으로 유명한 김 대표는 현장 실무자들의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허심탄회 간담회'를 열고,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런치소리통'을 진행해 직원들과 소통에 힘써 온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관리 능력은 LIG손보가 KB금융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회사 매각 발표 이후 1년 6개월이나 걸린 지분매각 과정에서도 임직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했다.
KB금융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회사와 임직원을 생각하는 마음도 허심탄회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에 열린 연도대상에서 김 대표는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를 영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며 인수 후 경영 계획을 밝히며 새 회사의 수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을 준비하며 바뀐 상황에 불안해하는 임직원들에게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각자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해 조직의 역량을 유지하는 데 힘을 썼다. 실제로 LIG손보는 올해 1월 순이익 20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아졌다.
◇ 김병헌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와 과제는?
내년 6월에 LIG손보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병헌 대표는 오는 24일부터 KB손보 대표이사로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1년 사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연임에 대해서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통상 M&A를 통해 피인수되는 보험사에서는 새로운 수장이 선임돼 왔기 때문.
실제로 가장 최근에 인수된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이 NH농협생명으로 인수되면서 기존 김병효 사장에서 농협지주 출신인 김용복 사장이 선임됐고, 이 후 DGB생명으로 바뀌면서 한화생명 출신인 오익환 사장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도 비슷했다. 지난 2013년 그린손해보험에서 MG손해보험으로 출범하면서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대신 김상성 대표를 초대 사장으로 선임했다. 2008년 롯데손해보험으로 인수된 대한화재 역시 출범과 동시에 LIG손보 출신인 김창재 사장이 맡았다.
증권사 인수에는 다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NH농협증권으로 인수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김원규 대표가 NH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유임됐다.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새로운 회사이기도 한' KB손해보험의 수장이 되는 김병헌 대표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실적개선은 기본, KB국민은행과의 방카슈랑스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 KB금융의 새식구가 되면서 달라진 기업문화를 조직에 빠르게 적응시켜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
여기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많다. 현재 KB국민은행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으며, 추후 KB손보의 불필요한 인력감축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