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보험사가 만성질환자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간편심사보험을 건강한 사람에게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간편보험은 유병자와 고령자를 위해 보험료를 높여 개발한 상품으로 일반 계약자가 가입한 경우 불필요한 보험료를 더 내고 있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이 건강한 사람에게 보험료가 높은 간편심사보험을 판매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미 판매된 계약건수가 적지 않아 불완전판매에 대한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 간편심사보험 전체 보유계약 203만건 가운데 약 4만건은 건강한 사람이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체 가입자 중 약 2% 규모로, 보험사들이 거둔 수입보험료 규모는 44억3800억원(전체 4438억) 가량 될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별로 간편심사보험 계약자 중 건강한 사람의 가입률에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0.7%에서 많게는 4%대다. 이에 따라 전체 계약건수로 따져보면, 건강체 가입률은 평균 약 2% 내외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간편심사보험은 대게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일반 보험계약에 가입이 어려운 만성질환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발된 상품이다. 질병관련 3~5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별도의 심사없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보험금 지급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보험료는 일반 보장성 상품에 비해 최대 2배정도 비싸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유병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사에 상품 개발을 독려하면서 간편심사보험이 대거 출시했다. 몇 가지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바로 가입할 수 있는 탓에 유병자 시장은 금세 확대됐고, 현재 28개 보험사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유병자 전용 상품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A보험사의 간편심사보험 보유계약 2만 9000건 가운데 978건(3.4%)는 기존 자사의 일반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지 90일이 채 되지 않아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한 계약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준으로 B보험사의 경우 간편심사보험 보유계약 24만 7000건 중 1742건(0.7%)은 90일 이전에 같은 회사의 일반 보장성보험에 가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말해 일반 보장성보험에 가입 가능한 건강한 사람이 3개월만에 보험료가 최대 2배 비싼 간편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유병자 간편보험 출시 바람이 불면서 보험사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이미 일반 보장성에 가입한 건강한 계약자에도 신상품 출시 캠페인을 벌이면서 간편보험을 판매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면서 계약자가 일반심사보험 가입 후 일정기간 내 간편심사 보험에 가입할 경우 재심사를 통해 일반보험을 안내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미 가입한 계약자의 경우 간편심사보험 계약 해지 또는 일반보험으로 계약 전환 등을 원하면 개별 보험사에 문의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가입자 중 보험료가 비싼 줄 알면서도 가입이 쉬워 청약한 경우도 있고, 설계사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면서 “계약별 사유가 각각 다를 수 있어 동일한 판단이 어려운데, 만약 불완전판매로 판명날 경우 계약자가 원하는대로 보험사에서 해줘야 하는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간편심사보험은 전체 보험시장 규모의 1%에 불과한데, 설계사 불판으로 인해 민원 발생으로 이어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곤란해질 수 있다”며 “설계사 사유 등을 통해 계약과정에서 불판 여부가 없는 지 개별 보험사가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