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배달업계에 수수료 상한제 시행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섣부른 상한제 도입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해외의 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시장 내에서 역효과가 일어났던 사례 등을 들며 악영향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정보통신정책학회에 이어 25일 한국유통학회, 1일 한국상품학회까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포럼을 열며 해당 사안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정부나 규제 기관이 사업자·플랫폼·중개업체 등이 부과할 수 있는 수수료의 최대 한도를 법이나 규정으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상한제의 도입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음식점 매출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하를 기대하는 자영업자들은 찬성하는 편이지만 배달 플랫폼과 배달 기사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수익 감소 및 산업 위축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수수료를 비용으로만 접근해 단순히 비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입니다. 규제를 설계할 때는 규제로 인한 시장의 전략적 대응과 변화도 다각도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22일 정보통신정책학회 주관으로 진행된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관점으로: 배달플랫폼 수수료 규제를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류민호 동아대 교수는 "수수료 적정성은 각 이해관계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가치에 대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수수료는 자릿세·통행세 등 단순한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라며 수수료를 다양하게 발생한 유무형의 가치에 대한 대가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상한제는 고물가 상황에 있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면서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을 감소시키게 할 것"이라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또한, 무료 배달 서비스가 배달 생태계 지속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시장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짚기도 했습니다.
25일 한국유통학회 주관으로 진행된 '플랫폼 시대, 유통산업 대전환과 공정경쟁의 원칙과 방향' 정책포럼에서도 상한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국내 외식산업 매출액은 7조8000억원, 배달주문은 3억1000만건 감소해 산업 규모가 크게 위축된다"라고 우려했습니다.

1일 열린 한국상품학회 주관의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도 미국의 상한제 도입 사례와 국내 소비자 인식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한 해외 연구 논문을 인용하며 역효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 교수는 위스콘신대의 저우신 리, 델라웨어대의 강 왕의 '강력한 플랫폼 규제: 수수료 상한제의 증거'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상한제 도입에 (배달) 플랫폼이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식당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라며 규제의 취지가 악화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가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 수수료와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에 상한선이 정해짐에 따라 가중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나타나 결과였습니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도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대체적으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한국상품학회가 지난달 8일에서 12일까지 102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무료배달이 없어지거나 배달비가 높아지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면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86%의 응답자는 배달 주문을 줄이고 직접 음식을 해 먹거나 간편식을 사 먹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후에 배달 비용 증가, 무료배달 서비스 중단, 할인 혜택 감소 등 본인과 직접 연관된 요소에 대해 중요도와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라며 "반면, 음식점과 배달원 수익 감소에 대해서는 사회적 영향력을 낮게 평가했다"라고 설명하며 상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이 부정적임을 짚었습니다.
이처럼 학계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상한제 도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확대 개편하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대표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입니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상한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 많은 관계자들이 불안함을 느끼도 있다"라며 "단순 수수료 비용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갖고 다각도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라며 업계 내 위기감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