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홈쇼핑사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근절 방안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특히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은 홈쇼핑사에 대해서는 생방송 대신 녹화방송을 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홈쇼핑사에 녹화방송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매출에 영향이 있어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사전 녹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험협회와 협의를 거치는 등의 방식으로 예외적으로 사전심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월 보험사와 홈쇼핑사에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으면 사전 녹화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이어 금감원은 지난 18일 관련 내용을 포함해 홈쇼핑 불완전판매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핵심은 불판 비율이 높으면 생방송을 사전녹화로 대신한다는 것과 보험금 지급에 대한 안내를 하면 지급하지 않은 예외적인 사안도 함께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금감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불판을 유도하는 광고나 쇼호스트 문구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다.
생명·손해보험협회의 경우 홈쇼핑 상시모니터링을 하는 담당자들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홈쇼핑에 나오는 광고가 심의규정에 벗어나지 않는지 여부와 쇼호스트가 불판을 유도하는 발언을 하는 지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홈쇼핑의 불판 비율이 여전히 높게 나와 협회의 필터링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은 협회에서 상시 모니터링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모니터링 중 문제를 발견하면 미리 해당 홈쇼핑사에 통지해 고치도록 하는 역할인데, 불판 비율이 줄지 않고 민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효과가 전혀 없던 셈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홈쇼핑 생방송에서 광고나 쇼호스트가 보장 내역이나 보험금 지급만을 부각하고, 나머지는 재빠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보험금 지급에 대해 언급한 횟수만큼 보험금 지급제한 조건 등도 함께 제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예컨대, A보험사의 계속받는 암보험을 판매할 경우 첫번째 진단암 외에 재발암에 대해서도 보험금이 동일하게 지급된다는 내용을 쇼호스트가 강조했다면, 첫 암진단 후 재진단 시 2년이 지나야 한다는 등 보험금 지급예외 사항도 반드시 동일한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
불판 비율을 줄이기 위한 가장 핵심은 생방송을 사전녹화로 진행한다는 데 있다. 현재 5개 홈쇼핑사 중 NS홈쇼핑을 제외하고 나머지(GS·롯데·CJO·현대)는 생방송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GS홈쇼핑의 보험판매 비중이 가장 크며, 롯데, CJO, 현대, NS홈쇼핑 순이다.
불판 비율이 높은 홈쇼핑사는 협회 사전 협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녹화방송으로 바꾼다. 이 경우 쇼호스트가 콜(문의 전화)규모와 소비자 실시간 댓글 등을 참고한 발언이 제한돼 매출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거란 분석이다. 또,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콜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발언이 자제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보험 홈쇼핑의 녹화방송 전환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전 녹화를 하고 있는 NS홈쇼핑의 불판 비율이 생방송을 하는 GS채널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전 녹화가 불판 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보협회는 기존 녹화 방송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방송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생방송을 포함해 사전 녹화방송에 대해 간단한 문구 등을 받아 체크한다”며 “사전에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녹화방송도 생방송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홈쇼핑 보험의 불완전판매 문제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의 불판 비율 자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진 부분이 있었고, 지난 봄에 관련 내용을 업계에 전달해 상품 선정부터 판매 방식 등을 종합 관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며 “이 결과 가집계된 불판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조만간 관련 비율이 공시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홈쇼핑 채널의 불판 비율을 낮추려고 여러 방안이 나왔는데, 주로 문제가 됐던 문구 조정 등 세부적인 지적사항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각 사의 불판 비율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TM채널 등 종합적인 후속 조치가 이어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