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코스닥 상장사 푸드나무의 회삿돈이 페이퍼컴퍼니 등 행방이 묘연한 법인들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푸드나무 창업주는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다가 부채가 늘어나자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사업체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빚 감당 못한 창업주의 엑시트 시도
28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푸드나무는 기존 지분 매각을 통한 대주주 변경이 진행 중이다. 김영문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 김영완씨는 온힐파트너스라는 법인에게 구주 600만주를 90억원에 매각하는 딜을 진행 중이다.
계약금 40억원은 지난 10월 치렀고 잔금 50억원 지급일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수 측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고, 푸드나무 등에 대한 김영문 대표의 연대 보증 채무를 인수한다는 선행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잔금을 치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푸드나무는 지난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도형, 성준원, 노태구 씨 등을 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김도형 씨로 대표가 변경됐다.
창업주인 김영문 대표는 급격히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푸드나무의 올해 3분기 말 연결 유동부채는 870억원으로 지난해 말 546억원에서 300억원 넘게 늘었다. 3분기 말 유동비율은 35%에 그친다. 통상 유동비율은 200%를 넘어야 건전하다고 평가한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376억원으로 나타났다. 김 전 대표는 차입금 중 일부에 연대 보증을 제공했다. 또한 김영문 대표는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 양수도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 8월 말 기준 김 전 대표는 20억원 넘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행방 묘연한 투자 법인
헬스 트레이너·보디빌딩 선수 출신인 김영문 대표는 닭가슴살 관련 플랫폼 '랭킹닭컴'을 운영하며 푸드나무의 코스닥 입성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영 성과는 신통치 않았고, 나아가 상장 이후 무리하고 불투명한 투자를 잇달아 진행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푸드나무가 투자한 상당수 법인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푸드나무는 재작년 엑스바엑스라는 법인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엑스바엑스 등록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푸드나무는 올해 상반기까지 엑스바엑스 주식 1만7000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지만, 3분기 들어 약 8억원에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엑스바엑스는 지난 2014년 자본금 1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지난해와 재작년 순손실은 각각 35억원, 53억원에 달한다. 박상진, 김상훈, 이용연 씨가 주요 구성원이다. 이 법인은 지난해 디딤이앤에프(현재 거래정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 6억원 가량을 투자한 에이치엔에이치라는 법인도 오리무중이다. 에이치엔에이치는 지난 2021년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김영준 씨가 대표에 등재돼 있다. 김영문 대표는 올해 9월까지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인은 서울 마포구 소재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놓은 상태다. 해당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비상주 사무실로 관계자가 없다"고 말했다.
총 15억원 가량을 투자한 에프엔블럭이라는 법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법인이 등록된 서울 마포구 주소지에는 푸드나무 본사가 있었고, 에프엔블럭 직원은 만날 수 없었다. 푸드나무 관계자는 "직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 법인은 지난 8월까지 에이치엔에이치와 동일한 공유오피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에프엔블럭은 주식을 양수도하면서 '임직원이 상장전까지 퇴사할 경우 해당 주주는 보유 주식 전량을 1주당 2만6400원에 매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약정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푸드나무는 올해 3분기 에프엔블럭 1만6000주를 3억원 가량에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 약 80%를 보유 중이다. 이 법인은 윤범열, 김영완, 성준원 씨 등 푸드나무 임직원이 주요 인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는 돈먹는 하마? 손실 또 손실
지난해 푸드나무 자회사들의 적자는 수십억원을 넘어선다. 재작년 22억원을 들여 설립한 에프엔플레이스는 지난해 약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법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잠식 상태다.
이 밖에도 자회사 에프엔프레시의 재작년과 지난해 순손실은 각각 31억원, 42억원을 기록했고, 또 다른 자회사 에프엔어니스티의 재작년, 지난해 순손실은 각각 24억원, 23억원에 달한다. 이 법인들은 모두 3분기 말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또한 김영문 대표의 개인 회사인 에프엔디벨롭먼트도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무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억원, 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등에 빌린 차입금은 총 183억원 가량으로 실질적으로 이자를 갚는데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김 전 대표가 에프엔디벨롭먼트 측에 빌려준 돈도 약 39억원에 달한다.
에프엔디벨롭먼트는 재작년 자본금 5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지난해 말 기준 김 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주요 인물에는 김영문, 김영완, 성준원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프엔디벨롭먼트는 푸드나무 자회사 에프엔풀필먼트와 같은 주소를 사용 중이다. 경기도 파주시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에프엔디벨롭먼트 직원은 만날 수 없었다. 에프엔풀필먼트 관계자는 "확인 후 답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푸드나무는 재작년부터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907억원, 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293억원, 253억원이다. 3분기 말 결손금은 288억원으로 지난해 말 37억원에서 대폭 늘어났다. 또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대손 처리도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말 별도 기준 기타의 대손상각비는 약 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타 채권 등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종속 기업 투자 손상차손도 45억원에 달한다. 푸드나무는 올해 상반기 중 에프엔프레시와 에프엔어니스티 주식에 대해 각각 44억원, 1억원 손상차손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푸드나무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고 답한 뒤 연락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