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눈과 한파로 인한 자동차사고가 급증하는 겨울은 손해보험사에게는 두려운 계절이다. 하지만, 유난히 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보란 듯이 빗나가고 있다. 가장 반가워해야할 손해보험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유가 뭘까?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이 시작된 작년 12월 전국평균기온이 영상 1.5도였다. 이는 2012년 12월 평균 기온인 영하 1.7도보다 3.2도 높은 수치. 12월 전국 최고 기온이 영상 6.4도에 육박하는 등 ‘따듯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영동지방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일이 없을 정도. 제대로 눈이 내린 일이 거의 없는 데다 내렸던 눈도 바로 녹아 인도나 찻길에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한파와 폭설이 없는 올 겨울에는 교통사고가 줄어서 손보사의 긴급출동건수도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수익성 지표인 ‘손해율’이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작년 12월 자동차 긴급출동건수는 39만2483건, 전년도 27만0686에 비해 12만건이상 줄어들었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6.3%로 전년도(95%)보다 오히려 커졌다.
같은 기간 LIG손해보험은 긴출건수가 27만8727건에서 17만5997건으로 37%나 감소했지만, 손해율은 98.1%에서 96.3%로 1.8%p 줄어드는 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손해율과 긴출건수는 각각 10만건과 99.2%(2012년 14만건, 104.1%)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곳이 없지는 않다. 삼성화재의 경우 2013년 12월 긴출건수는 약 43만건으로 전년 57만6459건 15만건이나 줄었고, 손해율은 95.1%(가마감)으로 전년도 109%에 비해 14%p가량 감소했다.
동부화재는 긴출건수 약 30만건, 손해율 88.7%로 전년도(20만건, 102.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도 적정손해율인 77%를 훨씬 넘어서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긴급출동건수는 자동차보험손해율과 직결된다. 긴급출동이 많아지면 그 자체로도 비용이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에서 지출해야할 보험금도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긴출건수가 줄었는 데도 이에 비례해서 손해율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는 2012년 4월에 일괄적으로 실시한 자동차보험료 인하(2.5%)에 더해 저가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가입률 증가, 보험사간 보험료 할인경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일괄적인 보험료 2.5% 인하에 가격할인 경쟁으로 회사가 느끼는 인하율은 6~7%에 달한다”며 “인하된 자동차 보험료의 체감 효과가 10월부터 나타나 경영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한 가격할인 옵션도 추가돼 인하된 보험료에서 할인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은 남은 겨울 기간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복수의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인 설 연휴나 2월에도 큰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폭설이 내리면 자동차 사고율이 급증해 1~2월 손해율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