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사견입니다만, 유머는 고위관리가 갖춰야 할 필수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온갖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시기 리더의 적절한 유머는 조직내 긴장을 완화하고 정책수혜자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의 경쾌함
"답변하자니 애매하고 안 하는 것도 좀 그런 것 같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7일 출입기자단 월례간담회에서 '오늘이 마지막 간담회가 되는 것이냐'는 질의에 내놓은 말입니다. 그러면서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 스스로 마지막이라 여겨 다른 때보다 더 많이 간담회에 참석하고 이런 질문도 하는 것이냐"며 웃음과 함께 가볍게 받아쳤습니다.
6월3일을 향해 째깍째깍 시간은 흐르고 있고 정무직공무원에게 새정부 출범은 정해진 임기와 관계없는 사실상 '강판'을 의미합니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마지막'에 대한 김병환 위원장의 대처는 그래서 경쾌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간담회 또한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제1과제는 '시장안정'
김병환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장안정'에 각별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그의 워딩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금융시장은 매일 열리고 매일 거래하고 투자한다. 일반국민의 일상도 매일매일 이뤄진다. 정치일정과 상관없이 시장과 국민의 삶은 매일 펼쳐진다. 나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과 시장이 그나마 안정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어 "대선까지 남은 기간 금융정책 면에서 해야 할 일을 잘 관리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시장안정이므로 F4(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중심으로 매일 점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해 7월말 취임할 때도 "금융시장 안정은 금융위원회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시장안정'을 제1과제로 꼽았습니다.
신념 같은 '예측가능성'
김병환 위원장의 월례간담회는 스스로 설정한 금융이슈를 모두발언 형식으로 공개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보다 상세히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날 이슈 중 하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입니다. 이 제도는 미래 금리변동위험을 DSR에 반영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출한도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2024년 2월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고 그해 9월부터 은행권 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 적용됐습니다. 이어 올해 7월부터 스트레스 DSR은 전 업권의 DSR이 적용되는 모든 가계대출로 범위를 확장합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오는 7월 예정돼 있다. 가계부채 관리는 일관적 정책이 중요하므로 이달중 관계부처와 협의해 세부시행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지방과 수도권은 (스트레스금리 수준 등) 조금 차이를 두려고 한다"며 "차등화 취지는 규제를 강화하는데 있어서 지방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 상황이나 경기상황에 차이가 있으니 이를 감안해 속도에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새정부가 들어서면 제4인터넷은행 신규인가와 설립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우려섞인 질의에 "은행산업에 독과점적 요소가 있고 따라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건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현재 심사절차는 예정대로 공정하게 진행중이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면 되돌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습니다.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MG손해보험 처리문제는 금융권 핵심현안 중 하나입니다. MG손해보험은 오랜기간 경영난에 시달리다 2022년 4월 금융위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공개매각이 추진돼 왔습니다.

하지만 매각작업은 번번이 불발됐고 최후의 매수자로 여겨지던 메리츠화재마저 MG손해보험 노조 반발에 결국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게 지난 3월입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MG손보와 관련해선 보험계약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해 협의와 조율이 완료되면 이달이라도 처리방안을 내놓겠다"며 "무엇보다 계약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고 대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굉장히 제한적인 옵션 중 여러 대안을 검토중"이라며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들어가있다. 세부적인 내용이 정리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가교보험사는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금융위원장의 '화두' 서민의 내집마련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은 임기 채 1년이 되지 않은 김병환 위원장의 '시그니처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정책금융기관 주택금융공사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주택매수자가 과도하게 부채를 일으키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가령 집값이 100일 때 매입자 보유자금이 10이고 40을 빌릴 수 있다면 나머지 50을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으로 취득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이제 상품의 얼개를 그려가는 단계에서 조기대선 국면을 맞았고 새정부의 정책추진 여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입장에서 볼 때 집을 구매하는데 자금조달 애로가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정책적 제안이자 화두를 던져본 것"이라며 "다만 6월3일 이후 시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시범사업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되지 않을까 한다. 새정부가 들어오면 조율해서 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하방리스크를 공적인기관에서 안아주는 방식이 수요를 일으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 본다"면서도 "과거 유사한 대책을 했을 때 수요가 많지 않아 '실효성 있겠느냐'는 의견이 있었고 수요가 많으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므로 여러 의견을 듣고 상품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