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저는 주기적으로 신촌과 홍대에서 뷰티버스킹을 하고, 여름과 겨울에 장애인과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얼마 전엔 가방 브랜드를 론칭해서 판매도 했었는데요. 홍보를 위해 직접 모델에 나서기도 했고요. 제가 좀 하는 일이 많죠? 그래서 '흔녀(흔한 여자)'는 괴롭답니다. 하하”
아무리 내가 하고 싶어서 뛰어든 일이라도 돈이 안 되면 지치기 마련. 경제적인 뒷받침 없이는 열정만으로 일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3일 만난 '흔녀는 괴로워'의 유성희 대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돈은 반드시 좋은 곳에 쓰여야 한다'라는 신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인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성희 대표는 '뷰티 버스킹'을 중심으로 가방, 옷, 화장품 등 브랜드를 홍보하는 SNS 마케터이자 청년 사업가다. 뷰티 버스킹은 거리에 나와 사람들을 대상으로 메이크업을 해주는 일종의 재능기부다. 최근 가방 브랜드를 론칭해 SNS 등에서 홍보를 담당했고, 옷과 화장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스물 한 살(만 나이는 19세)인 유 대표는 중학교 시절부터 헤어와 메이크업에 관심이 생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학 진학의 꿈을 접었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를 오가며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고,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자신만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재미삼아 시작한 뷰티 버스킹이 본업으로 발전하게 됐어요. 2014년 10월부터 8주간 주말마다 신촌, 홍대 인근에서 맞춤형 메이크업을 시도했는데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을 만났죠. 섹시한 것부터 본인 피부톤과 생김새에 맞는 메이크업 등 주문도 각기 다양했어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파하려고 거리에 나섰는데, 유 대표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됐다. “뷰티 버스킹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분들도 꽤 많이 찾아왔는데요. 모두들 자리에 앉자마자 본인 얼굴의 컴플렉스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졸지에 고민상담으로 이어졌고, 재미있는 소통 경험이 됐습니다.”
이 경험하면서 유 대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추진한 일은 '아름다운 꽃길'과 '7월의 크리스마스'다. 혼자 사시는 저소득층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로, 메이크업부터 사진까지 어르신 300여명을 위해 뭉쳤다.
7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뷰티 재능기부로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서울정신요양원에서 진행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다. 봉사 참여 인원은 페이스북 등 SNS채널을 통해 모집한다.
“뷰티 버스킹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소리치는 사람이었다면, 그 소중한 경험을 더 큰 가치에 쓰고 싶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예뻐지고 싶고, 아름다움을 원하잖아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 봉사하니 행복하고, 사실 제가 얻어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올해 1월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아동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스냅 촬영도 기획했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로 콘셉트를 잡고, 봉사에 참여할 업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이 때 가정마다 장롱 깊숙한 곳에 처박아 둔 한복을 떠올렸다. 그래서 '장롱 한복을 빌려주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만들어 업체를 모집했다.
“원래 함께 하려던 업체가 사정상 촬영 일주일을 남겨두고, 돌연 취소하는 바람에 좌절했었죠. 병원과 환자 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장롱 한복' 콘셉트로 다시 알렸는데, 고맙게도 한복업체 두 곳에서 빌려주겠다며 연락이 왔어요. 봉사에 40명이 참여했고, 수혜자는 100명 정도 됐네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어딘가에 늘 반대의 목소리도 있는 법. 유 대표도 스무살이 되던 작년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번처럼 좋은 취지로 함께 으쌰으쌰 일하다가도 갑자기 취소해버리면 '멘붕'이 오기도 해요. 특히 주변에서 '돈이 안되는 일을 왜 하냐'고 물었는데, 선뜻 답하지 못했을 때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유 대표는 틈틈이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엔 가방을 제작해 유통과 판매, 홍보까지 담당했다. 자신이 직접 가방 모델로 나섰고, SNS에서 집중적으로 홍보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출시한 첫 달 SNS을 통해서만 50개 이상이 팔렸고, 오프라인 매장 매출까지 더하면 꽤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가방에 이어 옷과 화장품 브랜드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리뷰 채널인 '모트라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반팔 티셔츠를 제작해 6월 중 온라인몰 'HONG 앤 A'를 오픈한다. 모트라인은 20만명 이상의 독자를 보유한 유투브 채널로 자동차 리뷰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이다.
“이번에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내놓으려고 하는데요. 브랜드 콘셉트를 '저희는 사람의 인성을 디자인합니다. 작품이 아닌 예술을 만듭니다'로 정했어요. 저는 물론 SNS채널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데, 좋은 물건을 만들었으니 봐달라는게 아닌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스스로 '고졸 신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유 대표는 3년 안에 청년혁신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저처럼 '꿈쟁이'들을 사회로 끌어 들이고, 아이디어를 함께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앞으로 차근차근히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