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7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OECD 평균이 12명인데 무려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보험에서는 자살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자살(自殺)’과 ‘자사(自死)’로 구분하고 있는데, OECD 발표 자료가 과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가 하고요.
보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두고 두 가지로 구분 짓고 있습니다. 자살은 ‘행위자가 자신의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를 말하며, 자사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침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를 가리킵니다. 참고로, ‘자사’는 보험약관에 따로 정해져 있는 문구는 아니지만, 보험금 지급대상에 포함됩니다.
OECD가 자료에서 밝힌 자살의 정의는 조금 모호합니다.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defines suicide as an act deliberately initiated and performed by a person in the full knowledge or expectation of its fatal outcome.
(출처: OECD ‘Society at a Glance 2016’에서 6. Health Indicators 중 Suicide 항목)
해석하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란 뜻으로 ‘자살(自殺)’의 의미와 거의 같습니다.
통계에서는 ‘자사(自死)’로 인한 죽음을 완전히 배제했는지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실생활에서도 자살과 자사를 명백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 후 한 쪽 배우자가 아파트 베란다에 투신한 사고나 음주상태에서 철로에 뛰어내려 사망한 사고는 심신상실을 인정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우울증 상태에서 실종 후 사망했거나 음주 후 방화로 사망한 경우는 심신상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자살과 자사를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보험사 입장에선 피보험자가 자사보다 자살로 인정되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망보험금을 적게 주거나, 아예 안줘도 되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에서 자살은 일반사망보험금(가입 후 2년), 자사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인데, 재해사망보험금의 규모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더 큽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는 자살로 인정되면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자사로 인정되면 손해보험사도 상해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는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자살인지, 자사인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반대로 유족 입장은 보험사와 상반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스스로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을 두고 자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하지만 입증책임이 유족에게 있기 때문에, 보험사와 분쟁이 생겼을 경우 유족에게는 다소 버거운 싸움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자살률은 보통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자살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살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보험사와 유족 간 다툼이 자살률 수치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사의 힘이 우세하면 자살률이 올라가고, 유족이 우세하면 오히려 자살률의 수치가 줄어들 수도 있고요. 미세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28.7명이라는 수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살기 어렵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고요. 하지만 수치의 이면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