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인터넷 용어 중에 ‘넌씨눈’이라는 말이 있다. ‘넌 씨X 눈치도 없냐’의 줄임말인데,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표현이다.
지난주 한 매체에 ‘알기 쉬운 약관 만들어 금융소비자 보호해야’라는 제목의 기명 독자칼럼이 실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보사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를 비롯해 은행권 등의 불명확한 약관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쉬운 약관’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칼럼의 내용을 보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칼럼의 작성자가 NH농협금융지주 소속 직원이었다는 점이 다른 생보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농협생명은 생보사들 중 유일하게 최근에 생보업계의 화두인 즉시연금 사태의 당사자에서 빠져있기 때문.
이와 관련 A생보사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이번 사태를 피해간 것에 대해 업계 동료 입장에서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업계 전체가 힘겨워하는 이슈에 대해 마치 남 일인 것처럼 훈계하는 듯한 모습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B생보사 관계자도 “해당 칼럼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는 말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생보사들의 불만에 농협생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칼럼 내용과 관련해 지주 측과 따로 상의한 적이 없다는 것. 농협생명 관계자는 “다른 생보사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도 칼럼 내용을 지면을 통해 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즉시연금 문제가 업계 차원에서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 더욱 조심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난처해하는 농협생명과는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조금 다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는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 약관 담당 직원에 대한 포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이럴 때에는 그 결과를 '조용히' 즐기는 게 가장 좋다. "사람들, 참 눈치도 없네."라는 말을 안 들어도 될 뿐더러 이런 훈계조의 기자수첩에 대상으로 올라갈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