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 ‘대상무형(大象無形)’
신동빈 롯데 회장이 1년 만에 마련한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던진 말이다. 무한한 것은 오히려 인간의 감각으로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미래에 대한 형태와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 신 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초변화 시대’와 ‘디지털’이다. 그는 “변화무쌍한 미래에 대응하는 성장전략 수립 필요하다“며 “IT 투자·빅데이터·오프라인 매장·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에서 ‘2019 상반기 LOTTE VCM (Value Creation Meeting)’을 진행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BU·지주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는 작년부터 매년 상반기 VCM은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와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반기 VCM은 사업군별로 모여 각 사 현안과 중기 전략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성장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운영중이다.
이번에 열린 2019 상반기 VCM에서는 올해 전망과 중점 과제, 미래 사업환경 변화·대응방향,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 등이 논의됐다.
또한 최근 롯데에 디지털 전문가로 채용된 인력들이 롯데의 현 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를 마련해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고민했다.
특히 이번 VCM은 다가올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 급변하는 시대..명확한 비전·구체적 실행전략 당부
이 날 신동빈 회장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언급하며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 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롯데 역시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각 사의 대표이사들에게 ▲5년·10년뒤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 ▲우리 회사는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인지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고객·시장의 변화와 경쟁사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만일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각 사별 즉각적인 실행을 촉구했다.
◇ 지속적인 투자·부진사업 합리화 필요
성장전략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신동빈 회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명예회장님은 매출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셨다”며 “잘하고 있는 사업도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부진 사업에 대한 합리화 작업도 언급했다. 신 회장은 침체된 기업의 대명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뉴 비전을 발표한 이래 과감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T)과 부진사업 합리화를 통해 지난해 말 글로벌 시총 1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혁신을 계속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야 하며, 사업 합리화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혁신자의 딜레마’ 경계..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주문
신동빈 회장은 시장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美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혁신자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를 언급했다. 그는 “혁신 속도,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여부, 후발주자의 전략과 영향도를 늘 체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도 기업의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는 ‘산업 파괴(Industry Disruption)’ 기업도 소개했다. 신 회장은 “우리도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먼저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의 실행도 촉구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 분야도 한정적”이라며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 등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혁신을 지속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DT에 기반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일하는 문화 혁신을 당부하는 한편 “소극적으로 현실 안주에 빠지는 순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하고 변화하는 문화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