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주동일 기자ㅣ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공장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매각을 앞두고 실적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산 맥주가 어려움을 겪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오비맥주(대표 고동우)는 4월 4일부터 주요 맥주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올린다.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이뤄진 오비맥주 출고가 인상이다. 인기 상품인 카스 병맥주(500㎖)는 출고가가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른다.
가격이 오르는 제품은 카스 레몬·레트·라이트·후레쉬,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오비맥주에서 생산하는 국산 맥주일 것으로 보인다. 버드와이저 등 수입 맥주는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이번 인상 이유로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꼽았다.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으로 가격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캔맥주 알루미늄 등 용기 소재 가격과 맥아 등 맥주 재료가 함께 올라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카스 브랜드 매각을 앞두고 출고가를 인상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카스 브랜드 매각을 앞두고 수익률과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일부 맥주 제품군의 가격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오비맥주 관계자는 “인수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전부터 오비맥주를 신세계가 인수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작년 9월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사장이 이메일로 매각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인수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출고가 인상이 주류법 개정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 달 정부의 주세법 개정안 발표를 한 달 앞두고 미리 맥주 가격을 올렸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기존 주류세는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가세’로 수입 맥주와 비교했을 때 국산 맥주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원재료비·이윤·마케팅·판매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해 과세 받는 국산맥주와 달리 수입맥주는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해 세금을 덜 낸다는 것이다.
이에 주류의 용량·알코올 함량 등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 경우 맥주에 과세 되는 세금이 줄어 출고가격을 낮출 수도 있지만, 그간 국산 맥주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낮아진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출고가를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오비맥주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상한 카스에 종량세를 적용한 가격과 인상 전 카스 가격 중 어느 쪽이 저렴한지에 대해 “종량세 진행 여부만 이야기되는 중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얼마나 과세할지 정해지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며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