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 은행들이 여성 임원을 늘리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나지 않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이들이 임원까지 되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에 막혀 있는 셈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 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7%에 머물렀다. 전체 임원 143명 중 10명에 불과하다.
여성 인력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2년간 여성 임원 비율은 1.5%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7년에는 전체 임원 128명 중 7명(5.5%)을 기록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정작 고위직은 현저히 적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3년간 1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지만, 같은 기간 비율이 15%에서 12%로 줄었다. 여성 임원 3명이 그대로 있는 사이 전체 임원은 20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신한은행은 2017년과 2018년에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가 올해 1분기 2명이 새로 임명되면서 6.3%의 비율을 보였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2017년 1명에서 올해 1분기 2명으로 늘어 각각 6.7%, 5.9%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5대 은행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았다. 2017년 2명에서 올해 1명으로 줄면서 4.5%에 머물렀다.
여성 직원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여초'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을 보기 힘든 이유는 육아휴직 등으로 경력단절이 발생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리천장이 아니라 ‘유리벽’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0년간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여직원은 육아로 2년이라는 경력단절 기간이 생긴다"며 "복직할 때 기존에 하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이동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일을 배우기 때문에 전문성이 많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업무 자체가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며 "여직원이 은행에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남직원에 비해 허들을 하나 더 안고 경쟁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직한 다음에도 육아 부담으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육아가 여성에게 편중돼 있다보니 현실적으로 업무 전문성을 쌓는게 쉽지 않다"며 "실제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는 대부분 남직원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직원을 위한 경력개발 프로그램 운영 등 업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