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현대해상이 2005년 온라인보험 시장에 야심차게 선보였던 현대하이카다이렉트를 10년 만에 품에 안는다. 그동안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은 점점 커져 매출도 꾸준히 상승했지만, 치솟는 손해율로 인해 적자가 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이에 현대해상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최근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손보사 중에서 유일하게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자회사'를 갖고 있던 현대해상마저 in-house(인하우스, 조직내부에서 관리)방식의 영업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남아 있는 자동차보험 온라인 전업사로는 악사다이렉트와 더케이손해보험 2곳으로 줄어 들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내년 6월 안으로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이하 하이카다이렉트)와 흡수통합할 예정이다.
현대해상이 하이카다이렉트를 통합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만성적자와 손해율 상승에 따른 지급여력비율(RBC)하락 때문이다. 지급여력비율은 책임준비금(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이카다이렉트는 올 11월 누계 매출이 4120억원을 기록하면서 다이렉트 보험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면치 못해 지난 10년간 누적 손실은 1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높은 손해율로 인해 RBC(보험금 지급여력)비율도 낮다. 9월말 기준 RBC비율이 147.51%으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에 못미친다. 하이카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업계 평균치(87.9%)보다 훨씬 높은 93.7%다.
현대해상은 그동안 수백억원을 유산증자하는 등 하이카다이렉트 손해율 개선을 도왔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하이카다이렉트와 통합해 인하우스 영업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번 통합을 통해 현대해상은 온라인 보험시장 경쟁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하이카다이렉트를 흡수통합하면 업계 자보 시장 점유율이 현재 3위에서 2위로 오르게 된다. 9월 말 기준으로 현대해상이 현재 16.4%, 하이카다이렉트가 3.3%로 둘을 합치면 19.7%로 2위 동부화재(16.6%)를 제치게 된다. 삼성화재 시장 점유율은 28%로 업계 1위다.
또 현대해상은 하이카다이렉트의 DB를 활용,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해상의 고유의 브랜드와 보상서비스 등을 통합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의 자본력과 브랜드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카다이렉트 관계자는 "현대해상과 통합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며 "점유율면에서도 자보 시장에서 2위로 올라가게 되며 손익부분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 통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은 점유율이 매우 중요해 다른 손보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또 업계에서 2,3위로 엎치락뒤치락했던 동부화재와 경쟁구도가 심화될 거란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보시장은 장기보험 시장과 달리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 (보험사들끼리)나눠먹는 형식이다"면서 "이른바 '땅따먹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마켓에서 누가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가 텔레마케팅 영업이 여의치 않아 온라인자보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치게 되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 외에도 보험료 책정이나 마케팅 활동에 있어 온라인전업사보다는 시장지향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