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요즘 신용대출 금리가 2%대 초반으로 주담대보다 낮다길래 서둘러 점심 먹고 은행에 갔더니 생각보다 금리가 너무 높네요.”
최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역전됐다’는 기사를 보고 대출이 필요한 많은 고객들이 은행으로 몰렸습니다. 그러나 중하위 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금리인하 혜택이 1~2등급 고신용자에 집중돼 있어 이전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8월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34∼2.78%로 주택담보대출 2.55~2.70%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2등급자의 대출 금리만 최저 2.21%로 주담대보다 낮을 뿐 3~4등급부터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5~6등급부터는 눈에 뛰게 차이납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고객은 확실히 금리 인하 혜택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고객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중하위 신용등급 고객은 담보대출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얼마 안 되는 고신용자를 제외한 나머지 고객은 금리인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지점을 방문해 신용대출 상담을 받아보면 생각보다 금리가 높거나 아예 대출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은행의 신용등급⸱한도⸱금리는 외부신용평가사의 개인신용평가와 각 은행의 고객 정보 매트리스로 정해집니다. 개별 은행마다 개인의 상환 능력(소득, 재산, 채무수준)과 의지(과거 금융거래 시 상환 성실성)는 다르게 평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신용평가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신용등급을 보유한 금융거래자는 모두 4651만 5536명입니다. 이 중 최상위인 1등급 비중은 28.2%, 2등급은 17.7%에 이릅니다. 더하면 전체의 절반 수준에 가깝지만 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은행은 많지 않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외부신용평가사에서 책정한 신용등급에 따르면 거의 50% 가까이가 1~2등급으로 나오지만 은행이 금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내 신용이 2등급이라 하더라도 은행이 보는 것는 3등급 아래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 하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적은데, 대출액이 급증했다는 것은 소수의 고신용자에게 자금이 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용 1~2등급은 소득이 어느 정도 쌓여있고 경제활동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라며 “상대적으로 금융이력이 없는 고객이나 주부, 기대출자 등에게는 유리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