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올해 하반기 다수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마무리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인사가 적지 않아 연임 여부 등 이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꽤 높습니다.
경영진의 디지털 전문성과 코로나 대처, 경영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거취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변수가 많았던 만큼 문제해결⸱리스크관리 능력 평가와 실적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우선 K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것은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여부입니다. 2014년 취임 후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 11월에 임기가 끝납니다. 금융권은 뚜렷한 장애가 없다면 윤 회장의 3연임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반응입니다.
일단 ‘실적이 곧 성과’라는 금융권 분위기에 따르면 합격점이라는 겁니다. 핵심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실적 개선이 윤종규 회장 임기 내 뚜렷이 나타났고, 이렇다 할 경쟁자가 딱히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KB금융은 2분기 98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리딩뱅크’ 수식어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코로나 리스크가 컸던 상반기에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수수료이익 확대와 보험손익 실적개선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합니다. 10개의 협의회로 구성된 KB금융 노조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 3연임에 반대하고 나선겁니다. 이달 말 나오는 숏리스트 결과를 보고 반대운동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반대의견으로는 ▲단기성과만 내세우는 노동조건 ▲직원존중 의식·보상 부족 등이 주로 꼽혔고 찬성의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수익성 증가였습니다.
류제강 KB노협 위원장은 “재무재표상 순이익이 우상향한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지만 수익우선주의의 결과”라며 “직원의 노고는 인정하지 않고 잘한 것은 회장의 업적으로 돌아가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금융은 28일 숏리스트를 결정하고 회장선임 절차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 KB노조와 상생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윤종규 회장과 좋은 합을 보여준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와도 연결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입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올해 12월 연임 기로에 서게 됩니다. 금융권은 진 행장이 은행장 임기의 룰처럼 여겨지는 2+1을 채우지 않아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 실적이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조 14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상반기엔 코로나19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이유가 컸는데 하반기에도 일부 사모 펀드 관련 현안이 남아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기여도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7월 말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에서 그룹 Digital Transformation(DT)의 행동준칙을 발표하고, 그룹 CEO∙경영진 평가에 디지털 리더십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능력이 진 행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집니다.
가장 먼저 임기만료를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임 여부도 관심거리입니다. 지난 2017년 회장 취임 이후 3년 동안 굵직한 한계기업 M&A에 성공했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오는 9월 10일에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회장직 후보군도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보통 4~5개월 전부터 후임 관련 하마평이 나오는데 거론되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 관련 질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연임이나, 후보군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동걸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후보군 발표를 안했고,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쌍용자동차 회생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IMF 외환위기 이후로 연임 회장이 없었다는 점과 1953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업무 피로감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 이직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회장 임기에 대한 질문에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거취가 결정된 인사도 있습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14일 올해 임기 종료에 앞서 3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달까지 실질적인 업무수행을 마치치기로 했습니다.
일부에선 낮은 실적과 구조조정 단행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온 것이 배경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씨티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9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1.18% 줄었습니다. 지난 2017년 파격적인 점포감축과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나 이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고 조직 내 불협화음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명순 한국씨티 수석부행장이 9월 1일부터 차기 은행장 선임 시까지 은행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입니다. 대기업리스크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오랫동안 씨티은행에 몸담아 왔고, 좋은 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차기 은행장 후보로 꼽힙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굵직한 인사 결정들이 있다”며 “코로나라는 강력한 사건이 금융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실적우선 풍조는 그대로 가되 문제해결 능력이나 리스크관리, 의사소통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인사는 10월 이동빈 수협은행장⸱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 11월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12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