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용산발 '은행의 이자장사와 과점' 논란으로 촉발된 금융당국의 은행권 제도개선안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지난 2월말부터 4개월여 민·관 금융권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결과는 진입장벽 완화와 완고한 금융당국의 태세 전환으로 요약됩니다.
금융당국은 5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에서 제1과제로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 촉진'을 내걸었습니다.
먼저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합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격을 올리고 몸집을 키우는 것에 대해 가급적 허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 소관 은행법은 은행업 인가를 받으려면 '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일 것. 다만, 지방은행의 자본금은 250억원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은행법 자체가 전국을 무대로 하는 시중은행과 지역에 특화한 지방은행의 규모 차이를 달리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전환을 신청하면 전환요건 충족여부를 심사해 전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정책의 첫 수혜자로 DGB대구은행(은행장 황병우)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며 "대구은행이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신속히 검토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은행은 1967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설립됐으며 자산규모는 지난해 3월말 기준 74조원 상당으로 성장했습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뱅크)를 제외하고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소위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6대은행으로의 재편이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금융당국은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는 현행법령상 요건과 함께 현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성과·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해 심사하겠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은행업 인가단위를 세분화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에 특화한 소규모 전문은행을 도입하려던 계획은 '향후 별도 제도 마련 여부 검토'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은행권 제도개선 TF를 주관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특화분야 쏠림에 따른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며 "당장 특화전문은행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필요성·성과·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향후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TF의 신규 플레이어 진입 촉진과 관련해선 "종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사례에서 보듯이 신규인가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야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만 있다면 언제든 은행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변화된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즉,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 경쟁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