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지난 17일 오후 충청북도 천안시 동남구 독립기념관(관장 한시준).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전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가 본인의 키랑 엇비슷한 높이에 설치된 기기를 조작합니다. 이내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벽면에 나타납니다. 독립운동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린 관람객은 신기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어린이가 체험을 즐겼던 공간의 이름은 '5GX 마법사진관'. 여기에는 SK텔레콤[017670]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이미지 복원기술 '슈퍼노바'가 적용됐습니다. '5GX 마법사진관'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0년에 처음으로 독립기념관에 등장했습니다.
SKT는 지난 2020년 독립기념관과 '5G 멀티 액세스 에지 컴퓨팅(MEC) 기반 AR·VR 에코뮤지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MEC는 중앙 서버가 아닌 기지국 근처에 서버를 구축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는 초연결성과 초지연성을 담보해 5G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이용진 SKT 기업 DX 팀장은 "5G를 출시하면서 특별한 장소, 클러스터에 대한 고도화를 추진해보고자 했다"면서 "120만평 규모에 년간 170만명이 방문하는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을 어떻게 더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에코 뮤지엄을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에코뮤지엄은 환경과 박물관의 합성어로 문화, 역사, 자연환경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보존·육성·전시하는 박물관 형태를 의미합니다. SKT는 독립기념관을 역사체험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자연·환경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SKT는 2020년부터 역사 테마 기반 '5GX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독립역사 자료 고화질 복원 ▲알버트를 활용한 우리말 찾기 모션 코딩 서비스 ▲스토리텔링형 4D콘텐츠 및 연계 VR체험 ▲점프AR 콘텐츠 ▲인터랙티브 실감콘텐츠 등 여러 콘텐츠들을 선보여왔습니다.
SKT는 올해 광복절 78주년을 맞춰 지난 11일부터 ▲독립운동가 동영상 미디어아트 ▲AI 미디어로봇 ▲웹AR을 활용한 전시 체험 등 3종의 실감형 콘텐츠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별도 설치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 체험 콘텐츠
독립기념관은 크게 전시관과 상징물로 나뉩니다. 길이 126m, 폭 68m, 15층 높이로 동양 최대 기와집인 '겨레의집'을 제1관부터 제7관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각각의 전시관에서는 광복을 맞이하기까지의 역사를 담은 자료를 주제에 맞춰 전시중입니다.
가장 먼저 '겨레의집'을 찾았습니다. 남동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태극기 군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너머에는 새의 날개와 기도하는 양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겨레의탑'이 보입니다. 다시 시선을 돌려 겨레의집 안쪽을 보면 조각상 '불굴의 한국인상'이 있습니다.
불굴의 한국인상 앞쪽 바닥과 양쪽에 설치된 배너에는 QR코드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기종과 상관없이 해당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웹사이트로 연결이 됩니다. 위치 기반과 카메라 설정 등 몇가지 절차를 거치고 나면 화면 속에 무궁화가 피어오릅니다.
화면에 나와있는 체험 공간 이름을 누르면 퍼즐을 맞추거나, 사슬을 푸는 등 체험형 콘텐츠가 제공됩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불굴의 한국인상'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SKT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다운로드 받아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앱 설치 없이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말했습니다.
SKT는 웹 증강현실(AR)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초저지연 클라우드 환경 ▲위치인식 정확도 제공을 위한 측위 기술 ▲관람객 몰입형 상호작용 기술 등이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웹 서버를 통해 실시간 콘텐츠 배포 및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하드웨어 기기 및 모바일 플랫폼 별로 개발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GPT3.5' 탑재한 AI 로봇과 외치는 만세 삼창
겨레의집에서 '불굴의 한국인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체험관이 나옵니다. 체험관에서는 관람객이 ▲체력훈련 ▲암호풀기 ▲태극기 알아보기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체험관의 안내는 SKT AI 미디어로봇 '누리'가 담당했습니다.
'누리'가 미디어아트가 재생되고 있는 벽면쪽으로 향하자 3.1운동과 관련된 애니메이션과 사진이 재생됩니다. 누리의 몸통에서도 동일한 영상이 상영됩니다. 누리는 영상 중간중간 3.1운동의 역사와 의의를 첨언합니다.
'누리'의 활동 범위는 '체험관'과 '겨레의집'입니다. 평소에는 겨레의 집에서 자유로이 활동을 하며 관람객을 맞이하다가, 체험이 시작되는 정각이 되면 체험관으로 들어옵니다. 누리는 오픈 AI의 챗GPT 3.5가 탑재됐습니다. 질문의 맥락에 맞는 답변을 클라우드에서 찾아 관람객에게 설명합니다.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 현상' 방지 기술을 묻는 질문에 SKT 관계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오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탑재했다"면서 "300여 종의 질문과 대답을 학습 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고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음성 인식률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넓은 체험관의 특성상 목소리가 울려 음성 인식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SKT 관계자는 "잡음을 걸러내는 마이크를 탑재해 음성 인식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SKT는 향후 누리에 길안내 서비스와 전시물에 대한 소개를 결합한 통합 전시 가이드 서비스로도 확장한다는 방침입니다.
색바랜 독립운동가 사진이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
3.1 문화마당에는 미디어 아트 조형물이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 3.2m, 높이 4m 규모의 4면 LED 큐브 형태입니다. 조형물에서는 독립운동가와 주요 독립운동 장면이 담긴 사진 자료를 활용해 제작한 영상물이 상영됩니다.
SKT는 독립운동가 모습이 담긴 훼손된 흑백사진을 슈퍼노바와 첨단 ICT기술을 통해 고화질로 복원했습니다. 이를 컬러 이미지로 전환했습니다.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는 립싱크 기술까지 추가로 적용해 목소리에 맞춰 입이 움직이는 콘텐츠로 제작했습니다.
SKT 관계자는 "독립기념관으로부터 수만장에 달하는 이미지를 접할 수 있었기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학습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작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보람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 관장은 "독립기념관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SKT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SKT와의 협업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밝고 힘찬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