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더뉴스 홍승표 기자ㅣ10만여실의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이 오는 10월 말부터 '불법건축물'로 간주됨에 따라 소유주들이 이행강제금 부담을 떠안게 된 가운데 주택학계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은 31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전문가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토론에는 두 발제자를 비롯해 김상겸 동국대 교수, 김진유 경기대 교수, 홍경구 단국대 교수,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차학봉 조선일보 기자,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인사말에 나선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생활숙박시설 규제는 법리적 문제와 사회적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기억제차원에서 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며 "생활숙박시설 이용자의 주거권과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상 불합리한 부분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조속히 관련 법령이 개정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숙 10만실 '불법건축물' 눈앞..소유주는 '이행강제금' 폭탄
생숙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파트형 구조의 주거와 숙박의 중간 성격을 가진 시설을 의미합니다. 임대업과 숙박업이 모두 가능하고 개별등기 및 전입신고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서비스드 레지던스' 개념이 도입되며 활성화가 이뤄졌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질 측면이 부각되며 새로운 주거 형태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약 8만여실의 생숙이 준공돼 생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사에 들어간 생숙 또한 현재 2만여실 가량입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5월 전 정부에서 생숙에 대한 투기행위를 잡는다는 이유로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소유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개정된 법령에 따르면, 생숙에 누군가가 거주하는데도 숙박업으로 둥록해 숙박업을 영위하지 않거나, 소유자 본인이 거주하는 경우 해당 건축물이 불법건축물로 간주됩니다. 특히, 시행일 이후 인허가를 받은 생숙이 아닌 기존에 분양됐거나 준공 후 사용 중인 생숙시설까지 소급 적용토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유주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10월말부터 건물공시가의 연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준주택' 인정해야..'명확한 기준'도 필요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생숙에 대한 용도를 숙박시설에서 준주택으로 완화하는 방안과 함께 주거 겸용 숙박 시설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개념 명확화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체류형 주거시설로 역할이 가능한 생숙에 대해 '준주택'으로 용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건축법 상 주택이 아니지만 주거기능을 하고 있는 고시원, 오피스텔, 노인복지주택도 '주택법'에서 준주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마트시티 시대가 오며 삶 공간과 일터, 쉼터 경계가 허물어지고 거주 유연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다양한 주거 유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사실상 주거기능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본다. 여건변화와 시장 수요에 대응해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법령 적용 건축물을 시행령 이후 인허가를 받은 건축물로 한정해 줄 것과 생숙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 필요 등을 제시했습니다.
석 교수는 "시행일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생숙 건축물부터 법령에 적용되도록 건축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소급입법에 따른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현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합리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생숙이 주거시설 또는 숙박시설, 아니면 주거와 숙박 겸용의 시설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세워야 한다"며 "오피스텔이 준주택에 해당하는 것처럼 생숙 또한 이러한 개념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제도적 개선 필요성 강조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 등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생숙의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생숙만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주거권 침해 및 기본권적 관점으로 볼 경우 행복권 침해로까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이라며 "주거시설이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시행령에 대한 개선과 더불어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준주택으로 규정이 되는 부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행령 개정일 이후 건축허가를 기타 사업부터 적용되도록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활 습관, 시설 이용자의 주도권과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상의 불합리한 점을 더 면밀히 파악해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현재 소유주들을 어떻게 구제해 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으로 보여진다"며 "공시가의 10% 이행강제금을 물린다고 하면 상당한 금액인데 바로 법령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유예를 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홍경구 단국대 교수는 "준주거 유형으로 도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도입될 경우 기반시설이 양호하지 않은 형태로 제공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며 "새로운 주거 유형을 도입할 때는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법 준수한 이들에 상대적 박탈감 주면 안돼"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은 "실거주자들의 거주 안정성이라고 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큰 피해 없이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생숙 용도변경이 1%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1%의 경우 법을 준수한 것이라고 보며 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장은 "주거 용도로 변경을 하고 싶지만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와 동시에 파악한 바로는 숙박용으로 사용을 잘 하고 있는 사례도 많았다"며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기울어져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발제와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잘 살피고 거듭 고민해 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