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최근 대법원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인정 판결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 판결에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2년(현재 3년으로 변경)관한 규정만 두고, 기산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명확치 않아 법률상 모호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보험학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 빌딩에서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한 법적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덕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해사망특약(자살보험금)'의 보험금 청구권과 소멸시효에 대해 발표했다.
장 교수는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완성판결에 대해 보험금청구권자의 권리를 박탈시키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일반과 재해로 나누지 않고 청구하는데, 재해사망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소멸시효 완성 판결은 보험사와 가입자 입장이 대등하다고 본 잘못된 판단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보험금 청구권의 기산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기산점은 만료점에 대해 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시점을 뜻하는 법률용어다. 장 교수는 “재해사망특약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기산점을 보험사고 발생시점으로 보는 것보다 손해배상책임액이 확정된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살로 인해 재해사망보험금의 법적 분쟁이 생겼다면, 자살한 시점에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이후부터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또 장 교수는 이번 판결을 '신의칙 남용' 측면에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의 약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약관을 고쳐 보험금지급을 만연히 거절해왔다”며 “이는 고객보호의무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신의칙 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사망보험금은 비단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측면도 고려할 사항이다”며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거절이 생긴다면, 향후 보험법 분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도입도 준비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해사망특약 보험금 지급을 두고 의견이 두 갈래로 갈렸다. 지난 5월 “보험사가 계약자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와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살재해사망특약은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 정보비대칭 정도가 심해 약관상 오류로 인정해 취소할 수 없다”며 “또 재해가 자연재해 등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의미하는 것외에 달리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일반적으로 해석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권영준 서울대 법학과 교수와 양창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대법 판결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권영준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재해사망특약은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의 자살에 대한 보험료를 산출하지 않은 점과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나 공공의 이익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또 약관상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보험금 지급으로 해석하기 어려워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는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비롯해 업계, 학계, 금융기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