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가맹점 대금지급주기 단축 등 신용카드업 상생·발전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신금융업계 핵심현안으로 꼽히는 '적격비용'에 대해선 이해관계자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TF' 회의를 열고 신용카드업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공개된 상생·발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은 가맹점 권익제고와 소비자편익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먼저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대금지급주기를 카드결제일+3영업일(전표매입일+2영업일)에서 카드결제일+2영업일(전표매입일+1영업일)로 일괄단축합니다.
또 가맹점수수료율 이의제기절차 내실화, 특수가맹점 선정기준 개선, 카드정보 통합관리서비스 확대는 관련 감독규정을 개정해 연내 추진합니다.
다만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카드사 적격비용 논의는 연말로 미뤄졌습니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대손비용, 일반관리비용,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을 포함하는 결제원가 개념으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게 합당한 비용을 말합니다.
금융당국은 2012년 적격비용에 근거한 가맹점별 수수료 산정체계를 도입하고 시장 환경변화가 원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산정 주기를 3년으로 정했습니다.
제도 도입후 2021년말까지 모두 4차례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이 이뤄졌고 그 결과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는 2012년 4.5%에서 2022년 0.5%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연매출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소규모가맹점 수수료 역시 3.6%에서 1.1~1.5%까지 내렸습니다.
금융위는 2022년 2월말 당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TF'를 구성하고 적격비용 산정방식 재점검부터 근본적인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2년 6개월 넘게 결론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한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율 하향조정으로 원가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96%에 달한다며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 심화를 우려합니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5년으로 늘리거나 나아가 아예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정종우 카드노조협의회 의장은 이날 TF회의에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부담완화 등 적격비용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한 상황으로 적격비용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만으로는 카드사 적자를 악화시키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달리 전자지급결제협회(PG협회)는 "신용카드사는 적격비용을 산정한 합리적 근거를 공개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고, 허영회 소상공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적격비용 논의과정에서의 투명성, 형평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산정주기와 관련해선 추가검토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금융위는 "TF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적격비용 산정주기 등에 대해서는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적격비용 절감가능성과 인하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