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 영국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한 A씨. 그는 퇴근 후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장을 본 후 종종 캐시백 서비스를 받았다. 비교적 시내에 살았던 A씨는 주변에 ATM기기가 많았지만, 장을 볼겸 들른 마트에서 이용하는 캐시백 서비스가 더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일부러 ATM기기를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 작년 초 한국에 귀국한 A씨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캐시백 서비스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나라도 작년 10월부터 캐시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하는 곳은 편의점 16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당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캐시백 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유통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유가 뭘까?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편의점 3만 5000곳 가운데, 캐시백 서비스를 시행하는 편의점은 위드미 16곳 뿐이다. 위드미는 편의점업계 후발주자로 다른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처럼 ATM기를 설치하는 것을 대신해 현금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시백 서비스는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할 때 계산대에서 체크카드로 현금인출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5000원짜리 물건을 구입한 후 5만원 캐시백 서비스를 받으면 체크카드에서 5만 5000원(수수료 900원 제외)이 결제된다. 1일 1회 인출 한도는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캐시백 서비스는 오래 전에 도입해 대중화됐다. 앞서 예로든 A씨가 거주한 영국의 경우 지난 1985년 슈퍼마켓 테스코가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전체 슈퍼마켓과 백화점에서 도입했다. 인출 한도는 테스코 기준으로 50파운드(7만 1200원)가량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보급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시범 운영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캐시백 서비스에 대한 협의는 답보 상태다. GS25나 CU의 경우 캐시백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은행과 협의 중이지만, 단기간에 확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의 경우 계산대에서 캐시백 서비스가 추가되면 시간이 지연돼 고객 불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존에 설치된 현금 인출기를 이용할 수 있어 캐시백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도 계산대 줄이 밀리는 구조인데, 캐시백 서비스까지 추가되면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서 “카드로 계산하는 경우가 전체의 80%에 달하고, 현금이 필요한 ATM기를 이용할 수 있어 캐시백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이 캐시백 서비스를 이용하기 가장 편한 곳은 편의점. 시내를 포함해 골목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에 마트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더 자주 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 역시 캐시백 서비스를 도입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업계는 심야에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캐시백 서비스로 인한 현금 도난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편의점의 현금 보유량도 줄어들고 있다. 캐시백 서비스로 인해 다시 현금 보유량이 늘어나면 심야 시간대 현금 도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카드 결제가 늘어나면서 현금 보유는 감소한데 캐시백 서비스로 다시 현금이 늘어나면 부담스럽다”며 “일각에선 캐시백 이용자가 생기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서비스 제공에 따른 추가 이익이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무 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캐시백 서비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900원인 수수료가 낮아지고, 유통업체들의 인센티브가 커지면 시장에서 캐시백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캐시백 서비스가 오히려 현금 보유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은행팀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마트의 현금 보유량을 줄이기 위해 캐시백 서비스를 도입했다”면서 “마트와 편의점은 그 날 현금으로 결제된 것을 캐시백으로 활용할 수 있어, 편의점 내에 현금이 많아질 거라는 예상은 단순한 추측일 뿐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