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두 번째 코너.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아나운서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떨어졌고, 어떻게 탈락의 아픔을 극복했을까요. 사람전문 매체 <인더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새롭게 투입된 이은정 인턴기자가 함께 합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이은정 인턴기자] “처음 시험을 본 MBC에서 운좋게 3차 시험을 봤습니다. 실무평가에서 타사 방송프로그램을 말했죠. 아차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역시 실력이었습니다.”
목소리로 춤추는 아나운서라는 별명의 KBS 김한별 아나운서를 만났다. 공채 36기로 KBS에 입사하는 그는 7시 뉴스, 음악 프로그램 ‘콘서트 필’, ‘문화산책 포뮬러’ 등을 진행한다. 김 아나운서에게 방송 이야기와 걸어온 길을 물어봤다.
- 무엇이 당신을 아나운서로 이끌었나.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꿈이어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평소 봉사하던 야학에서 모금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야학 학장님께서 ‘무대 서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하셔서, 내가 맡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된다는 것을 꿈꿨던 계기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하게 자녀들이 ‘우리 아버지는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예요’라고 대답하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웃음)”
- 학창시절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대학 모꼬지 때 한 선배가 취한 상태로 ‘열심히 살아라. 젊을 때 여유 부리는 것은 사치’라고 말한 것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나도 취한 상태였지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한 마디였다. 이후 작은 것부터 변화를 줬다. 분당에서 신촌까지 2시간 통학길을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간을 쪼개 아카펠라에서 스윙댄스, 헬스 트레이닝 등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이후 커네팅닷(Connecting Dotㆍ자신이 좋아하는 점을 찍어두면 언젠가는 연결이 된다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아카펠라, 스윙댄스, 헬스 등 세 개의 취미가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는 데 하나의 선이 돼 있었다.”
- 세 가지 취미에서 뭘 배웠나.
“아카펠라와 스윙 댄스로부터 자신의 색을 조금 낮출 때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발하는 빛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나운서로서 더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철학을 깨닫게 됐다.”
- 카메라테스트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영원한 숙제인데. 어떤 비법이 있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차 카메라 테스트는 잘하는 사람이 아닌 기준에 미달되는 사람을 거르는 시험이다. 겉멋 들고 노련한 사람보다는 기본적인 발성, 발음, 장단음, 흐름, 억양 등의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한 사람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합격하는 것이 카메라 테스트가 아닌가 싶다.“
- 면접 노하우를 말해준다면.
“‘나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장단점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매일 집을 나서기 전, 면접 예상 질문 세 개를 뽑아 하루 동안 적절한 답안을 생각해보고 돌아와서 정리하는 습관을 가졌다. 책이나 칼럼 등에서도 좋은 문구가 보이면 메모했다가 활용했다. 면접스터디를 통해 전달력에 대해 점검했다.”
- 입사 과정에 도움이 됐던 평소의 생활습관이 있었는지.
“나뿐 아니라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모든 분에게 해당된다.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생활 습관, 언어 습관, 태도, 표정들을 일상 생활에서 가꾸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바르지 않은 말을 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바른 언어를 구사할 것 같은가? 일상생활에서의 노력이 방송의 연장선이 돼 방송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등의 아나운서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 가장 아깝게 떨어졌던 언론사는 어디였나.
“대학시절 처음으로 지원하게 된 MBC였다. 첫 시험이었음에도 운 좋게 3차까지 가게 됐다. MBC의 '기분 좋은날' 오프닝을 해보라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그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타사의 방송 프로그램을 잘못 말했다. 그 때야 떨렸다고 변명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준비 부족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덕목인 순발력과 침착함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 자신만의 합격 비결(강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
“KBS에서 시험을 볼 때는 전반적인 느낌이 좋았다. 사람마다 첫 만남의 느낌이 모두 다르지 않나. 나에게 있어서는 KBS가 가장 친숙하게 느껴졌고 더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애의 느낌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말하고 보니 별 강점이 아닌 것 같다.(웃음)”
- 합격하기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합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아나운서 시험은 실력자들이 너무 많다. 그저 자신을 믿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방송 시험에 관해서는 잘하는 사람이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합격하는 사람이 잘하고 운이 좋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스터디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극복했던 것 같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시험에 관해 동고동락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후에 방송사에서 만나게 될 동료들이 되는 것이기도 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의지할 수 있기도 했다.”
- 뉴스를 잘 진행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평범한 것을 다르게 보고, 특별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앵커 멘트라도 조금 더 의미 있게 표현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덕목이다. 사소한 일도 보다 따뜻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고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 흔히 아나운서는 ‘1인 기업’이라 불린다. 당신은 어떤가.
“아나운서는 회사의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아나운서 개개인의 브랜드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일은 자유롭지만 책임은 무한하다. 자기계발이 중요한 이유다. 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하나는 스포츠 중계 연습이다. 그동안 몇 번 스포츠 중계를 맡은 경험이 있지만 전문 캐스터가 될 때까지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글쓰기다. 말은 내뱉으면 사라지지만 글은 남고 수정할 수 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글쓰기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요즘엔 색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며칠 전부터 블로그를 새로 만들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행복하긴 하지만 이 상태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방송을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을 내자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내 이름을 건 방송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음악 공부나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진심을 전달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나운서를 앵무새라고 표현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주어진 원고 등의 콘텐츠를 전달하기만 하는 부분에서 생기는 오해다. 물론 이렇다 할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아나운서라면 한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리드하는 크리에이터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아나운서 개개인의 과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