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정재혁 기자] 소셜네트워크(SNS)가 확장되면서 기업이 빠른 속도로 미디어 채널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TV, 신문, 라디오 등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을 시도했다면,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미디어화를 가장 주도적으로 시도한 곳은 ‘코카콜라‘로 꼽힌다. 북한과 쿠바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는 하루 평균 판매량만 209억병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애정(!)'하는 음료이기도 하다.
◇ 코카콜라 저니, 유통기업 미디어화의 성공 모델?
코카콜라 본사는 지난 2013년 자사 브랜드 관련 모든 콘텐츠를 한 곳에 담아 보여주는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를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 정보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던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하나의 채널로 탄생시켰다.
본사는 ‘코카콜라 저니‘ 채널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고, 여행·음악·정보기술·문화에 관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외부 전문가 수 백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 코카콜라에서도 ‘코카콜라 저니‘를 시작했다. 기존 코카콜라 웹사이트는 오는 2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당시 코카콜라는 “매스 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보도자료 등을 없앴다. 파격적인 시도였다.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신제품 소개, 마케팅 캠페인, 브랜드 역사 등을 생산·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유통기업의 미디어화 성공 사례로 꼽히는 코카콜라의 시도는 점차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고, 전략에 반영되기도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카콜라는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 대규모 팝업 스토어 오픈 등 자체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이벤트를 벌인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좋아요'와 '구독자'수가 1억명을 넘길 만큼 소비자와의 연결이 그만큼 탄탄하다”고 말했다.
◇ SNS통해 기업-소비자 직접 연결..미디어 채널로 확장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가 없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 SNS에서 찾지 못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겐 '없는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주가 되면서 이미지와 글이 담긴 카드뉴스, 짧은 영상 등이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유투브 등 각 채널에 맞게 타깃 고객층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또 브랜드 관련 이벤트, 캠페인, 행사 정보 등도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SNS채널을 통해 소비자에 공개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 자체가 미디어 채널로 점차 변하고, 소비자와의 연결이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이나 유투브에서 공개한 광고 영상이 재미있다면, 소비자는 즉시 콘텐츠를 개인 SNS에 공유하는 등 활발히 참여하며 이 자체로 기업은 하나의 채널로 힘을 얻게 되는 식이다.
작년 여름 주목을 받았던 빙그레의 ‘마이스트로우(My Straw)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나나우유에 꽂아서 마실 수 있는 이색 빨대 4종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연인을 위한 하트빨대, 자이언트 빨대, 소화기 모형 빨대로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내용을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했다.
마이스트로우(My Straw) 캠페인 영상은 조회수 900만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 유투브에 마이스트로우를 이용해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후기 영상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홍보해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스와 예능을 결합한 콘텐츠도 등장했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의 쇼핑 트렌드'라는 동영상을 찍어 조회수 2만 3000회를 기록했다. 홍보팀 직원이 잠옷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해 야간 최신 쇼핑 패턴에 대해 소개한다.
드라마를 제작한 곳도 있다. 롯데는 '롯데쇼핑 라이브' 채널을 오픈해 뉴스, 드라마, 인터뷰, 르포, 매거진 등의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일본의 인기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를 벤치마킹해 롯데마트의 PB제품으로 배를 채우는 '고독한 태훈이'라는 드라마도 제작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홍보실 안에 뉴미디어팀을 신설했는데, SNS계정을 통해 언론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며 “언론 보도자료에 소개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해 양질의 콘텐츠로 매력적인 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있는 먹방 예능을 표방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영자, 최화정 등이 출연하는 올리브채널의 '밥블레스유'를 벤치마킹해 사연자가 보낸 (사연)내용을 소개하고, 백화점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추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NS채널을 활용해 기업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도가 이어지는데, 핵심은 계속 보고 싶고, 관심이 가는 재미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며 “인기 드라마나 예능을 따라하는 것도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마케팅 등에서 아이디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 금융권도, 일방적 광고·홍보에서 “고객과 쌍방향 소통”으로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현재 SNS채널을 운영 중이다. 현재는 페이스북이 주력인데, 일부 금융사들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유투브에도 서서히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주요 금융사들의 페이스북‧유투브 현황을 살펴보면, 페이스북과 유투브 모두 카드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페이스북 ‘좋아요’ 순위 1~10위 중 카드사만 6곳이 포함됐다. 유투브 구독자 순위에서도 카드사 4곳이 10위 내에 포진됐다.
금융사들은 SNS이용이 잦은 2030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통 댓글이나 게시글 공유 등 미션을 수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은품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브랜드를 홍보한다.
이밖에 ‘카드뉴스’ 형태의 정보전달 콘텐츠를 비롯해,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로 젊은층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한화생명의 경우 작년부터 ‘직장일기’, ‘보험썰전’ 등 자체 제작한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 중이며, 신한생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와 협업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우리은행은 소속 은행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Z세대(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태생)’를 겨냥한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사를 감독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젊은층과의 소통 차원에서 페이스북을 통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금융사들의 SNS 활동은 그 목적이 마케팅 및 브랜드 홍보라는 점에서는 기존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유사하다. 하지만, SNS의 경우 언론 광고와 달리 수용자인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그 자체로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언론 매체를 통한 광고의 경우 일방향적이며 수용자의 반응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다”며 “반면, SNS 마케팅은 고객의 직접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통 면에서는 확실히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