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거실 가전의 제왕’ TV의 위상이 위태롭다. 에어컨이라는 강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은 기본 중에 기본. 공기청정기능을 갖춰 사계절 가전으로 변모한 데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나 인테리어 가전 역할도 수행하게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더해지며 가정 사물인터넷(IoT)의 허브로 거듭나려 한다.
◇ ‘에어컨이야 고급 스피커야?’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R&D 캠퍼스에서 새로운 무풍에어컨을 마주한 첫 느낌은 에어컨이 아닌 ‘고급 스피커’였다. 하얀색 냉장고를 연상시키던 기존 에어컨 디자인과는 딴판이었다.
무풍에어컨은 전면에 바람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스피커처럼 촘촘한 구멍이 뚫린 덮개가 앞쪽을 감싸고 있다. 색상도 캔버스 우드, 골드 메탈, 브라운 메탈 등 집안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외관은 나무와 금속처럼 가구에 쓰이는 소재가 사용됐다. 식탁이나 책장같은 거실 가구와 무풍에어컨이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해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 뒤쪽으로 2도 기울어진 디자인도 미세하게 안정감을 줬다.
무풍에어컨의 디자인은 사용자의 취향과의 어울림에 집중한 듯했다.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팀장은 “거실공간은 삶의 취향을 담는 캔버스”라며 “집안의 풍경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에어컨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 스스로 분석해 답하는 ‘뉴 빅스비‘...보완 가능성 열어둬
무풍에어컨 공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품에 적용된 ‘뉴 빅스비‘ 시연이었다. 삼성전자 직원이 “하이 빅스비 나 집에 왔어”라고 하자 무풍에어컨이 “환영해요, 언제봐도 반갑네요”라고 대답했다.
단순히 말만하는 에어컨이 아니다. 사용자가 공기청정도나 실내온도 등을 물으면 에어컨이 스스로 분석해 대답해 준다. 특히, ‘인공지능 쾌적’기능은 가족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구분해 집안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다른 냉난방 모드를 제공한다.
무풍에어컨의 뉴 빅스비에게 명령해 인공지능과 연결된 다른 삼성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거실 에어컨이 사물인터넷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구현되진 않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음성 콘텐츠들도 지원될 예정이다.
다만, 뉴 빅스비는 ‘어눌한 친구’ 같았다. 명령에 대답하기까지 길게는 5초 정도가 걸렸다. 이런 대화가 몇번 이어지자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 개발팀 담당임원은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진화하기 때문에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아 무풍에어컨의 발전된 냉방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서큘레이터 팬을 장착하는 등 에어컨의 ‘기본기’인 냉방기능도 보강했다. 무풍면적이 두배로 넓어져 더 큰 공간까지 바람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PM1.0과 e-헤파 필터로 공기청정 능력도 강해졌다.
◇ 압도적인 가격·불편한 청소는 걸림돌
디자인부터 기본적인 냉방까지 크게 나무랄 데 없는 무풍에어컨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이날 공개된 가격은 설치비 포함 출고가 기준 389만~665만원이다.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는 LG전자 ‘LG 휘센 씽큐’의 출고가보다 100만원 가까이 비싸다.
청소 문제도 있다. 바람문이 내부에 있어 사용자가 직접 청소하기 어려워 보였다. 현장에선 ‘곰팡이·악취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풍에어컨이 가동과 멈춤을 반복하다 내부에 생긴 수분에 세균이 증식하며 곰팡이와 악취가 생긴다는 것이다.
◇‘삼성 큐브’, ‘레고’처럼 쌓이는 공기청정기
행사장 한켠에 전시된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를 연상시켰다. 47m²·90m² 용량의 모델이 있었는데 이번에 67m²가 새로 출시됐다. 47m²와 67m²모델 위에 47m² 모델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 47m²·67m²·90m²·94m²·114m²으로 용량이 다양하게 구성된다.
분리와 결합이 가능해 평상시 작은 방에 두 개에 나눠서 사용하다가 필요에 따라 큰 방에 합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작은 47m² 모델도 보기보다 무거워 설명만큼 분리와 합체가 쉬워보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