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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실연비 18.8km/ℓ...효율 높인 쏘나타 대항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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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19, 2019, 06:03:00

엔진크기 줄여 경제성 잡은 중형세단..자동차세 덜내고 연료비 대폭 절감
경쾌한 가속감에 정숙성도 갖춰..부족한 편의사양과 높은 가격은 옥의 티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자동차 업계에서 ‘중형세단의 배기량은 2000CC‘라는 공식이 생긴 건 쏘나타와 로얄 프린스, 그리고 콩코드가 3파전을 벌이던 1980년대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로 사회적 위치와 부를 과시하려는 문화가 깊었기 때문에 없어 보이지도, 과하지도 않은 중형차는 국내 시장의 최대 격전지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중형세단은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SUV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된 지 오래다. 택시와 렌트카의 이미지가 강한 데다 같은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

 

이처럼 정체기에 들어섰던 국내 중형세단 시장이 간만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말 쉐보레가 더 뉴 말리부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까지 연달아 풀체인지되기 때문이다. 선조 격인 쏘나타-로얄프린스-콩코드가 벌였던 치열한 각축전을 재연할 기세다.

 

 

각자 새로운 무기들을 앞세워 전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친 지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쉐보레 더 뉴 말리부다. 중형차의 엔진은 2ℓ급이어야 한다는 수십 년 묵은 공식을 과감히 깨고 소형차에 들어갈 법한 1.35ℓ 3기통 터보엔진을 달았기 때문이다.

 

중형차에 1.35ℓ 엔진이라니. 아무리 터보를 달았다지만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을 감안할 때 모험을 넘어 도박에 가까웠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로 봐도 중형급에 1.35ℓ 엔진을 적용한 것 더 뉴 말리부가 최초다.

 

하지만 직접 시승해 본 말리부 1.35ℓ 모델은 도박이 아닌 ‘혁신’으로 치켜세울 만했다. 말리부는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경기도 파주로 향하는 약 55km의 구간을 주행하면서 한 때 18.8km/ℓ의 평균연비(계기판 기준)를 달성했다.

 

 

막판 와인딩코스를 지나면서 최종 연비는 18.2km/ℓ를 기록했지만, 정속주행 코스가 길었더라면 20.0km/ℓ 정도는 충분해 보였다. 실제로 같은 코스를 함께 주행한 다른 차량 가운데 19.4km/ℓ의 기록도 있었다. 시승차가 19인치 휠을 장착한 것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최고 수준의 연비.

 

이정도면 ‘연비 끝판왕’으로 불리는 소형 디젤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에도 버금가는 수준이다. 신형 말리부의 공인된 고속연비는 14.9km/ℓ지만 도로 환경이나 운전습관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기대 이상의 연비를 낼 수 있었던 건 파워트레인의 최적화와 경량화 덕분이다. 말리부에 적용된 1.35ℓ 터보엔진은 알루미늄 블록을 적용해 무게를 상당히 줄였고, 무단변속기를 탑재해 동력전달이 끊어지지 않는다.

 

특히 일반 자동변속기는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저단 기어로 내려가며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지는 특성이 있지만, 무단변속기는 변속이 없어 탄력주행에 유리한 편이다.

 

 

1.35ℓ 터보엔진이 기존 4기통 대비 실린더가 하나 줄어든 3기통으로 설계된 것도 연비 개선에 한몫했다. 3기통은 4기통보다 출력이 낮지만 연료소비가 적어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배기가스 배출량도 적기 때문에 높아지는 환경 규제도 선제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실제로 더 뉴 말리부 1.35ℓ 모델은 배출가스를 저감시킨 덕분에 제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획득했다. 저배기량에 따른 세제 혜택과 더불어 공영주차장 할인 등 친환경차 혜택까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시승회에 참석한 박해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부장은 “엔진의 다운사이징 배기가스 절감과 연비개선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라며 “중형 가솔린 최초로 2등급의 연비인증을 받은 말리부 1.35ℓ 모델은 동급 최고의 연비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박 부장은 지난 2016년부터 말리부 개발을 총괄해 온 한국지엠의 엔지니어다.

 

박 부장은 직접 말리부 1.35ℓ 모델을 시승했을 때 최고 25.4km/ℓ의 연비도 달성해봤다며 신형 말리부를 치켜세웠다. 박 부장에 따르면 말리부에 휘발유를 가득 넣고 1000km 이상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는 이어 “기존 말리부에 1.5ℓ 터보엔진이 들어갔을 때도 초기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 경쟁사들이 중형세단에 1.6ℓ 터보엔진을 추가했다”며 “말리부는 다운사이징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주도한 차”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형 말리부는 심장은 작아졌는데 오히려 거동은 경쾌해졌다. 앞서 언급한대로 경량화와 파워트레인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 실제로 신형 말리부는 이전 세대 모델 대비 무려 130kg이나 감량했다. 한국지엠 엔지니어들이 말리부를 개발할 때 “왜 우리차는 현대차보다 무거울까”하는 생각부터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엔진이 작아져 진동과 소음이 심해지고 출력도 부족하지 않을까 막연히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엔지니어들은 "직접 타보라"라며 말리부 1.35ℓ 모델의 가속능력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백문불여일견. 운전석에 올라 액셀레이터에 힘을 주니 중형차에서 들어보지 못하던 가벼운 엔진음이 들려온다. 저속에서 높은 톤의 엔진음을 내는 건 실린더가 3기통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도를 올려 정속주행해보니 낮은 속도에서 들었던 거슬리는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80km/h 이상으로 주행하더라도 계기판의 엔진회전수(RPM) 눈금이 1500을 넘지 않은 덕분이다. 엔진이 빠르게 돌지 않으면 연비는 오르고 소음은 적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가속성능 역시 답답하지 않았다. 경쟁사들의 일반흡기 2.0ℓ모델과 비교했을 때 순간적인 가속감은 오히려 앞섰다. 액셀레이터에 힘을 줬을 때 낮은 배기량이 무색할 만큼 날렵한 거동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기존에 시승했던 말리부 2.0ℓ터보 모델보다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신형 말리부의 1.35ℓ터보 엔진은 배기량을 기존보다 줄이고도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0.0kg.m의 쏘나타·K5(2.0ℓ)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신형 말리부는 높은 속도로 항속 주행하는 능력은 떨어져도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토크감’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평소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운전자라면 말리부 2.0ℓ모델이 적합하고, 얌전하게 운전하면서 경제성도 따지는 운전자라면 말리부 1.35ℓ 모델이 최적이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면 엔진은 조금 버거워하지만 차체의 주행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신형 말리부는 고속구간의 코너를 돌 때 네 바퀴가 안정적으로 지면을 붙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고속영역에서 ‘낭창’거리는 여느 국산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묵직한 하체는 쉐보레 브랜드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아쉬웠던 건 신형 말리부에 탑재된 첨단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ADAS)이다. 신형 말리부의 ADAS는 운전자를 능동적으로 보조하기보다 ‘경고’를 보내는 것에 그친다. 특히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차선을 곧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차체를 억지로 차선 안에 밀어 넣는 느낌이다.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된 것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1.35ℓ 터보 모델(자동변속기 기본 적용)은 트림별로 최저 2345만원에서 최고 3210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경쟁차종인 K5의 2.0ℓ자연흡기 모델이 2228만~281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높은 가격인 셈이다.

 

 

이 같은 신형 말리부의 가격 책정은 연료 효율을 위해 적용된 각종 신기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35ℓ 모델엔 터보의 압력조절밸브가 전자식으로 적용돼 있다. 기존 진공 제어식보다 엔진의 과급 압력을 정확히 제어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이 밖에 엔진의 열을 빠르게 올리는 ‘전자식 워터펌프’와 엔진의 부담을 줄이는 ‘전자 유압식 브레이크 부스터’ 등 각종 첨단 전자기술이 대거 적용돼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초기 비용은 다소 부담될 수 있지만 자동차세 및 연료비 절감 등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경제적’인 셈이다.

 

◇ 총평

 

직접 시승해 본 신형 말리부는 ‘진흙 속 숨은 진주’로 표현하고 싶을 만큼 뛰어난 무기를 갖고 있었다. 각종 편의사양이나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등은 경쟁자들에 비해 밀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이브리드급의 높은 연비와 탄탄한 기본기는 신형 말리부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다. 이 같은 진가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판매량이 월간 1000여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은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말리부에 이어 올해 쏘나타와 K5가 잇따라 새 옷을 입으면서 중형세단 시장이 다시 불타오를 모양새다. 더 뉴 말리부만의 장점이 잘 알려진다면 경쟁자들의 수요를 빼앗아 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강력한 적들이 등장한 지금이야말로 말리부의 진짜 승부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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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보 기자 kyung2332@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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