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ㅣ롯데마트가 내달 롯데몰 수지점 오픈을 앞두고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몰이 들어서면서 인근에 있는 롯데마트 수지점이 문을 닫게 됐는데, 마트 측이 입점해 있는 점주들에게 폐점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재계약 한 달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점주들의 문제 제기에 롯데마트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이 공개되자 뒤늦게 점주들에게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잘못을 인정한 셈.
하지만, 배신감을 느낀 점주들은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점주들은 향후 항의 집회는 물론, 정치권·시민단체 등과도 연계해 지속 문제 제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만난 점주들의 대표 격인 A씨는 “롯데마트 측이 재계약 한 달을 앞두고 점주들에게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 통보에 갈 곳을 잃은 점주는 12명이다.
이번 사태는 롯데마트가 점주들에게 점포(롯데마트 수지점)의 폐점 여부를 명확히 알리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점주들은 마트 측이 폐점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고의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 수지점은 인근 이마트 죽전점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 수 년 간 폐점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점포다. 특히, 2km 떨어진 성복역 부근에 롯데몰 수지점이 들어서는 것이 결정된 이후에는 근처 주민들 사이에서도 폐점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다.
점주 A씨는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도 폐점 소문이 돌았지만, 마트 측은 ‘절대 폐점될 리 없다’며 점주들을 안심시켰다”며 “그런 와중에 재계약 한 달을 앞둔 지난 5월 말, 마트 측이 계약 해지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 통보에 분노한 점주들이 항의하자, 롯데마트 본사가 내민 것은 ▲이의나 민원제기 금지 ▲소송 등 각종 청구·언론제보 금지 ▲비밀누설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일종의 합의서였다. 이 합의서에 서명하면 오는 10월 말까지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점포 운영을 허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롯데마트 본사가 점주들에게 보낸 5월 27일자 내용증명 ‘임대차 계약 만료에 따른 계약종료 통보’ 문서에 따르면, 본사는 계약 해지와 더불어 ‘6월 30일까지 임대차목적물을 원상회복해 당사에 인도하라’고 적시했다. 원상회복 비용은 점포 크기 별로 다른데, 금액은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2400만원에 달한다.
점주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롯데마트는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돌연 입장을 바꿔 점주들에게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제시한 합의서와 관계없이 10월 말까지 임대료를 면제하고, 최대 2400만원에 달하는 원상회복 비용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A씨는 “언론 기사가 나간 뒤인 11일에 본사 쪽 사람이 직접 마트에 찾아와 10월 말까지 임대료 면제, 원상회복 비용 면제 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한 점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현재 남아있는 점포들이 대부분 회원제로 월 단위 또는 연 단위 회비를 받아 영업하는 곳이기 때문. 영업이 중단되면 미리 선불로 받은 회비를 전액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점주들은 롯데마트 측의 부당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A씨는 “조만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또한, 여러 시민단체들과도 만나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롯데쇼핑 측은 “입점 업체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