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합니다. 한류 열풍에 기대 K-푸드를 전파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철저한 시장 분석에 기반한 제품이 한국식 문화와 함께 현지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직영부터 합작회사, 마스터 프렌차이즈까지 운영 방식도 다양합니다. 현지화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식품의 본고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마법과 같이 완벽한 250g".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게트를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표현한 말입니다. 최근 고물가에 가격이 올랐음에도 평균 1.3유로(한화 약 1800원)면 살 수 있는 바게트는 프랑스 식문화를 대표하는 빵이기도 합니다.
기업명에 '파리(PARIS)'와 '바게트(BAGUETTE)'를 담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2014년 7월 프랑스에 진출했습니다.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에 이은 다섯 번째 해외 진출국이자 유럽 국가로는 처음입니다. 7개의 지하설 노선이 지나는 파리 샤틀레 지역에 1호점을 내고 현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 인근에 2호점을 개설했으나 2018년 해당 매장을 파리 중심가로 이전해 생미셸점으로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파리 외곽의 라데팡스 지역에 3호점(보엘디유), 4호점(코롤점)을 각각 열었고 이어 10월 5호점인 몽파르나스점을 오픈했습니다.
파리바게뜨가 들어선 라데팡스와 몽파르나스 지역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오피스 상권이자 핵심 상업지구이기도 합니다. 이중 몽파르나스는 파리 시내에서 에펠탑 다음으로 높은 '몽파르나스타워'와 영화관 '고몽' 등 명소와 함께 몽파르나스역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힙니다.
2014년 프랑스 진출 당시 허영인 SPC 회장은 프랑스 1호점을 상징하는 대표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수개월에 걸쳐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인 것을 전해집니다. 연구원들이 매장 출점에 앞서 6개월 이상 바게트 한 가지 품목을 기준으로 하루에 수 백 개를 생산해 품질을 점검했다는 설명입니다.

빵에 진심인 파리지앵인 만큼 메뉴와 매장 콘셉트는 현지 방식과 한국 스타일을 적절히 혼용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새로운 맛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현지 소비 패턴에 맞춰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 바게트 및 샌드위치를 중심으로 판매했고 몽블랑, 마카롱 등 디저트와 조리빵 등을 선보였습니다.
1호점인 샤틀레점은 200㎡(약 61평) 면적에 46석의 테이블을 갖췄습니다. 빵을 산 뒤 매장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은 프랑스에 한국식 카페형 매장을 도입했습니다. 원재료 수급의 경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프랑스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원재료와 소모품 등을 수급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SPC 관계자는 "최상급 재료 사용, 숙련된 현지 제빵사 채용 등을 통해 파리지앵과 더불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프랑스에서는 바게트, 크루아상, 뺑오쇼콜라, 햄치즈 샌드위치, 쉬폰케익이 매출 기준 상위 5개 품목"이라고 말했습니다.
파리바게뜨 프랑스 매장 5곳은 SPC 직영으로 운영 중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가맹 사업도 활발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으로 현지 가맹점 비율이 각 85% 이상입니다. 미국은 최근 가맹 100호점을 돌파했으며 중국은 상하이, 텐진, 난징 등 주요 도시에 진출해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3개국인 캄보디아(HSC그룹), 인도네시아(에라자야 그룹), 말레이시아(버자야 그룹)는 조인트벤처(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했습니다. 가맹사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현지 가맹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중국을 제외하면 그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영국 시장 진출이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영국은 유럽 3대 베이커리 시장 중 하나로 프렌차이즈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국가입니다. SPC는 이달 초 영국 런던 프렌차이즈 박람회에 참석해 현지 가맹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영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다른 유럽 국가로 가맹을 확대한다는 전략입니다.
"전 세계 파리바게뜨를 대표하는 장소"라는 구호와 달리 현지 출점 속도는 더뎠습니다. 매장 출점을 위한 기존 베이커리 업종 운영 장소 인수, 프랑스 제과제빵 장인협회 인허가 등에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코로나19로 각종 공사 및 인테리어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매장 확장에 제약으로 작용했습니다.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진출을 두고 SPC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인정과 함께 마케팅적 행보로 보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식재료는 현지 조달로 원가 부담을 낮춘다 하더라도 핵심 상권 내 임대료와 현지 고급 제빵사 등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저렴한 빵 판매 가격으로는 애초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입니다.
그럼에도 SPC의 프랑스 시장 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현지 제빵 공장 설립 논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영인 회장과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에 이어 지난해 7월에 만나 공장 투자계획 등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 샌드위치 샐러드 브랜드 '리나스'를 역인수하기도 했습니다.
SPC 관계자는 "해외 파리바게뜨 신규 매장 출점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상권분석 끝에 결정되는데 프랑스 모든 매장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쳤다. 도시의 역사성과 공간 고유의 정체성도 새 매장의 중요한 요건"이라며 "프랑스 점포를 통해 현지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