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지난 2011년 6월부터 시행된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이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을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초보운전자는 운전을 처음 시작한 이후 100일이 가장 위험해 사고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22일 ‘초보운전자 사고감소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09~2015년간 발생한 현대해상 사고DB(317만 4092건)와 운전자 300명의 설문조사에 대한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수행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경력운전자 대비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은 간소화전 1.7배 수준에서 간소화 이후인 2015년 2.1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경찰청이 이번 달 22일부터 운전면허 학과 시험과 장내기능 시험을 강화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초보운전자는 운전 첫 해 사고율이 가장 높고, 그 중에서도 처음 100일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유형 중 측면충돌사고가 많은데, 초보운전자는 시야폭이 18도 정도로 좁고 좌우를 살피는 시간이 전체 주시시간의 8.6%에 불과하다. 이는 경력운전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는 초보운전자 때 사고를 내면, 그 뒤에도 사고를 낼 확률이 높아 초기 운전습관을 잘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해상이 2009~2010년에 가입한 초보운전자(5007명)를 대상으로 첫해 사고 그룹과 무사고 그룹으로 나눠 향후 5년간 사고 경력을 추적한 결과, 첫해 사고 그룹의 운전자 사고율이 15.6%p 더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도 운전자의 66.2%가 초보시기의 운전습관이 경력운전자가 돼도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또 초보운전자는 악천후나 야간 때 운전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특히 운전자의 판단이 필요한 비보호좌회전, 무신호교차로, 우회전 등에서도 경력운전자에 비해 부담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는 위험이 낮은 상황에서부터 차츰 운전 가능한 환경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방식의 ‘단계별 운전면허제도(GDL: Graduated Driver Licensing)’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초보운전자가 여러 가지 환경에서의 올바른 운전방법을 체험교육 받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25% 할인해 주는 패스플러스(PassPlus)제도를 진행 중이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는 장롱면허가 많아 실질적인 초보운전자의 관리가 어렵다”며 “초보운전자의 법적 정의를 면허취득일 기준에서 실제 운전시작일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험가입경력 활용을 제시했다.
이어 “초보시기의 올바른 운전습관을 형성하게 하는 것은 향후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며 “초보시기의 교육과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