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실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등 글로벌 악재에 약 3년 만에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 삼성은 ‘시계제로’가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징역 2년 6개월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41분께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짙은 남색 코트에 회색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에게 취재진이 “선고 앞두고 심경 한말씀 부탁드린다”, “만일의 상황 대비해 그룹에 어떤 지시한 게 있나” 등을 물었지만 입술을 굳게 다문채 곧장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 취지를 따랐습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청탁 댓가로 86억 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입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제도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그 동안 밑그림을 그려왔던 ‘뉴삼성’을 구체화하는데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특히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기업간 인수합병,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 5G, 인공지능 등에 대한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당장 삼성의 글로벌 투자나 대형 M&A 등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의 대규모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아울러 반도체 대규모 투자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반도체 비전 2030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2년까지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 첨단공정 반도체를 대규모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부회장이 꼽은 4대 미래성장사업 육성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 2018년 이 부회장은 AI·5G·전장부품·바이오 등에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연이은 사법리스크와 이 부회장 실형 선고에 삼성 내부는 암담한 분위기입니다. 삼성 측은 지난 4년 동안 이어온 국정농단 재판으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어려웠는데요.
이번 선고에 따른 총수 부재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계열사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옥중 경영을 한다고 해도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부 판단에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인제 법부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전 대통령의 직권 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 침해 당한 것”이라며 “그러한 본질을 고려해볼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다”고 말했습니다.
재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검토한 이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