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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에서] 누굴 찍건 자유지만 알아야 할 ‘R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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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04, 2022, 16:02:17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3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3일 저녁 열린 지상파 3사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끝난 후 가장 주목을 받은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RE100’입니다.

 

일자리·성장 분야 주도권 토론 중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수소경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논박하기 위해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윤석열 후보는 “다시 한 번 말씀해달라 RE100이 뭐죠”라고 되물었기 때문입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재생에너지 100%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가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이후 RE100은 ESG에서 중요한 의제로 자리를 잡고 2050년까지 자사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연100GWh이상 전기소비)의 약정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는 전세계 시총 1위의 애플을 선두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메타(페이스북), 에어비앤비, 3M, 샤넬, 듀퐁, GM, 존슨앤존슨, 나이키, 스타벅스, 버버리, 이베이, 피앤지, 화이자, 랄프로렌, 앱손 등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습니다.

 

국내 기업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아모레퍼시픽, 엘지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고려아연, KB금융, 미래에셋증권 등 13개사가 공식 가입했고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는 가입선언 후 승인대기 상태입니다.

 

RE100은 에너지정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검색창에 ‘RE100’을 넣고 검색하면(2월4일 기준) 3402건의 자료가 나옵니다.

 

좀 더 범위를 좁혀 산업통상자원부의 알림·뉴스에서 RE100을 검색해보면 가장 최근 자료는 지난해 10월 13일 ‘알이백 (RE100) 참여활성화 위한 기업 간담회 개최’ 관련 보도자료입니다.

 

당시 간담회를 주관한 산업통상자원부 박기원 차관은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ESG 경영이 확대되면서 RE100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 RE100 참여기업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인센티브, 제도개선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하여 RE100 참여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RE100은 극소수의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전문분야 용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도 산업과 기업관련 기사에서 등장 빈도가 잦아지는 용어입니다. 그만큼 RE100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 현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RE100은 생계에 바쁜 국민이 관심 가지기 어려운 단어일 수 있습니다. 제 주변의 직장인이나 심지어 기자들도 3일 토론을 통해 RE100을 처음 들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 또한 산업과 기업 관련 기사를 쓰며 몇 차례 RE100 관련 자료를 읽고 또 기사에도 적었지만 RE100을 단어가 아닌 구어로 들었을 때 선뜻 ‘재생에너지 100% 활용’을 떠올리지는 못했을 듯합니다. 그만큼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단어가 아님에는 분명하니까요.

 

그럼에도 RE100은 이제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유권자라면 알고 있어야 할 개념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적용과 적응 여부가 한국경제의 큰 변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다른 경쟁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서 큰 성과를 낸 덕분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6445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무역 8위 규모의 사상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역으로 다른 경쟁 국가들과 외국 기업들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밀린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 기업과 정부를 견제하려는 기업들과 국가들의 전략도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그 유효한 견제 수단으로 RE100이 쓰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RE100에 가입하려 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RE100 가입을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RE100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단어로만 소비되기에는 가진 함의가 큽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과 경쟁 관계에 놓인 기업들이 기후위기라는 인류공동의 현안 앞에서 동의한 구체적인 해결방안 중 하나이자 이를 따라오지 않는 기업과 국가에게는 족쇄거나 규제이고 제약일 수 있으니까요. 그 단어가 한국에서는 지난 3일 대통령 후보토론회를 통해 비로소 널리 알려졌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RE100의 함의보다는 진영논리가 팽배한 한국 정치구도상 RE100은 정쟁의 단어로 반짝 거론되다 현안의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몇 해 전부터 이미 SK등 기업이 주도해 RE100을 국내에 소개했고 정부는 2019년 그린뉴딜 정책간담회를 통해 국내 RE100 이행 지원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공사, 전기소비자 간 전력구매계약(PPA)를 허용하는 제3자 PPA를 허용하는 등 한국형 ‘RE100’(K-RE100) 도입을 발표했지만 주목하는 언론이나 여론은 많지 않았습니다. 3일 토론 때 처음 RE100을 들었다는 시청자들이 다수였던 이유입니다.

 

앞으로 대선전까지 후보간 토론이 또 이뤄질 것입니다. 특정 전문용어를 놓고 후보간 ‘인지 여부’에만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쪼록 현명한 유권자들께서 지엽적인 지점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100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까지는 말할 기회가 없더라도 RE100에 대한 총론과 본인의 철학에 대한 후보들간의 진지한 토론이 한 번은 더 이뤄지기도 바랍니다. 대통령은 국정 현안 해결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문제들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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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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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결국 영업정지…모든 계약 5대 손보사로 이전

MG손보 결국 영업정지…모든 계약 5대 손보사로 이전

2025.05.14 16:52:4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에 대한 신규영업 정지처분을 시작으로 정리절차를 본격 추진합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에 적극 동조하면서 '가교보험사'를 활용한 '계약이전'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열린 제9차 정례회의에서 MG손보에 대해 신규 보험계약 체결 등을 금지하는 영업일부정지 처분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정지기간은 오는 15일부터 11월14일까지 6개월입니다. 이 기간 신규 보험계약 체결과 기존 보험계약 내용변경은 정지됩니다. 다만 MG손보는 보험료 수령, 보험금 지급 등 기존 보험계약 유지·관리 업무는 종전과 동일하게 수행하며 기존 MG손보 계약자의 지위도 변함없이 유지됩니다. MG손보 정리작업은 MG손보 보유 보험계약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이 과정에서 보험계약의 복잡성으로 전산통합 등 계약이전 준비까지 1년이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MG손보 보유 보험계약은 3월말 기준 151만건에 달하며 이 중 90% 가량이 질병, 상해보험 등 조건이 복잡한 장기보험상품으로 구성돼 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합니다. 계약이전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기존 보험계약 유지·관리가 필요한 만큼 예금보험공사가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한시적으로 보험계약을 가교보험사로 이전·관리하는 방안이 채택된 배경입니다. 금융위는 "가교보험사를 활용한 계약이전은 다른 대안에 비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1차정리(가교보험사로 이전)를 마무리할 수 있다"며 "계약을 인수해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계약이전을 위한 여러 합의에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계약이전 참여부담이 다소 경감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5대 손해보험사는 MG손보 청·파산이 이뤄질 경우 보험산업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등 업계 전반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율적인 검토과정을 거쳐 계약이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부연했습니다. 가교보험사의 목적은 5개 손보사로 계약이전을 준비하는 것이므로 예금보험공사와 5개 손보사가 가교보험사 임직원 추천, 파견, 경영방침을 공동 결정합니다. 예금보험공사와 손보사들은 이달하순 '공동경영협의회'를 열어 가교보험사 설립·운영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MG손보 정리는 MG손보 보험계약자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됩니다. 보험계약자는 개인 121만명, 법인 1만개사입니다. MG손보 보험계약자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보장내용, 만기 등 조건변경 없이 가교보험사로 이전되며 5대 손보사로 최종 이전 역시 조건변경 없이 진행되므로 현재 보장내용 등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금융당국은 강조합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2~3분기 중 가교보험사로 1차 계약이전, 2026년 4분기 중 최종 계약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신규영업정지 처분 이후 가교보험사가 정상운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금융위, 금감원, 예보 등 관계기관 중심으로 MG손보의 업무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가동할 것"이라며 "MG손보 보험계약자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설립된 MG손보는 2018~2022년중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못했고 그 결과 2022년 4월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금융위는 그간 MG손보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3년동안 영업정지처분을 유예했습니다. 수차례 공개매각 시도에도 적합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각은 무산됐고 그 사이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상태는 지속적으로 악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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