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지난 2019년 5월 KT는 인공지능 기가지니를 통해 개인화 음성합성기술을 활용한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를 300명의 신청자를 모집해 한시적 이벤트로 선보였습니다.
부모가 샘플 문장을 녹음하면 발화 패턴과 억양을 학습해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구현해 부모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기가지니의 서비스로 한번 녹음하면 추가로 녹음하지 않아도 새로운 동화를 부모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였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어느 날, KT고객센터에 통상적이지 않은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목소리를 잃은 후에도 자녀들이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기가지니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의를 접수한 상담직원은 고객의 사연을 더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고객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여성이었습니다.
루게릭병은 운동 세포가 파괴돼 신체 근육이 약화되는 병입니다. 혀의 근육이 약해질 경우 분명한 발음이 점차 어려워지며 마비가 진행돼 기도를 절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결국 목소리를 잃습니다. 그 탓에 많은 루게릭병 환우들이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을 대비해 사전에 개인의 음성을 남겨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의를 받았던 상담직원과 담당부서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가장을 둔 고객의 사연을 의례적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상담 접수 후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가 계속 제공될 수 있도록 사내 여러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냈습니다. 3개월 후 고객의 남편은 결국 기도 절개술을 받아 목소리를 잃었지만 가족들은 복원해 놓은 가장의 목소리를 기가지니 '내 목소리 동화'와 '마음톡' 앱을 통해 계속해서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KT가 루게릭 환자를 위한 비영리법인인 승일희망재단과 협력해 점차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루게릭병 환자 여덟 분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마음톡' 앱을 통해 이 목소리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에 대한 문의로 남편의 목소리를 복원했던 고객이 승일희망재단과 연결 고리가 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KT는 한걸음 더 나아가 2020년부터 목소리를 잃은 농인들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복원하는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T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SF소설과 영화들은 이러한 디스토피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첨단 기술 개발과 상품화가 목표인 기업 안에도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를 돕기 위해 내 일처럼 나선 사람들 덕분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 씩 받는 고객들의 문의에 타성적으로 응대하지 않았던 KT 고객상담 센터의 상담직원과 그 직원이 보고한 특별한 사연에 대해 최대한 해결점을 찾아내려 동분서주했던 동료들이 없었더라면, 루게릭병 환자들과 농인들을 위한 KT의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의 계기가 되었던 KT 직원들의 마음이 장애와 비장애간 차별을 없애려고 만들어진 장애인의 날에 보다 널리 퍼지고 알려지길 바랍니다. 세상이 어제보다 나아진다는 희망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남을 도우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계속 이어짐을 우리는 종종 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