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보험설계사의 퇴직 또는 이직으로 발생하는 ‘유지관리 부실계약(일명 고아계약)’ 관리에 보험업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아계약의 경우 정상 계약에 비해 해약률과 고객 이탈 비율이 높아 보험사 수익에 부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승환계약 등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여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계약이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보험업계와 설계사 간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 소속 안철경 선임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설계사의 퇴직·이직 등으로 발생하는 ‘고아계약’은 소비자 보호 및 보험사의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날 발표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유지관리서비스의 중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등록된 보험설계사 중 해촉 등으로 말소되는 설계사 비중이 연간 40% 수준이다.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자의 비중은 35%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2016년 기준으로 GA 소속 설계사의 55.3%는 최근 5년 내 1회 이상 회사를 옮긴 경험이 있었다. GA(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의 비중은 2017년말 기준 53.6%에 달한다.
설계사의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실질적인 관리 설계사가 없어지면, 계약자는 보험료 연체 사실 등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 한다. 투자형 상품의 경우에는 제때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 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안 선임연구위원·정 연구원은 “계약 당시 기대했던 양질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 하게 된 계약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보험계약에 대해 다양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에 조기에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등 결국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는 고아계약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계약을 우수설계사에게 이관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아울러, 고아계약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설계사 정착률 제고를 목표로 설계사 인식제고 교육 등을 진행하는 육성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형사들은 전속설계사 계약에 대해서만 관리를 하고 GA 등 비전속채널에서 발생한 고아계약에 대해서는 보험사 차원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 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보니, GA쪽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설계사 이직 때 본인이 모집한 계약을 계속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관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보험업계와 설계사들 간 입장 차이가 커서 당분간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설계사에게 계약관리 권한이 부여될 경우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며, 이직한 설계사에게 유지수수료를 지급하는 것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설계사들은 현재와 같이 보험사가 계약관리 권한을 소유하면 보험사의 양적 성장 정책에 따른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 문제가 지속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독당국은 향후 소비자 권익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밖에 고아계약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장기근속 설계사 우대 ▲유지율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GA에 고아계약 전담 관리 조직 운영 ▲신계약 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의 비중 조정 등이 제시됐다.
안 선임연구위원·정 연구원은 “감독당국도 불완전판매나 민원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보험계약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고아계약에 대한 기준 설정 및 관리지표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 주기적으로 관리 실태를 공시하는 등 소비자 보호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