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통장엔 매년 도둑(?)이 방문합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고도 잘 나지 않는데 보험료는 무척 비싸게 느껴집니다. 막상 사고가 나면 문제가 생기기 일쑤입니다. 꼭 필요한 특약에 가입돼 있지 않기도 하고, 보험사의 서비스가 불만족스럽기도 합니다. 자동차보험 어떻게 가입하고 써야할까요? 보험전문가 인스체크 김진수 대표가 8회에 걸쳐서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
[인스체크 김진수 대표] 자녀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엄마와 아빠 중 더 좋은 사람을 묻는 것이다. 둘 다 좋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났을 때에는 다르다. 나와 내 가족의 신체적 피해에 대한 손실을 보상받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답은 ‘자동차상해’다. 만약, 가입해 놓은 자동차보험이 자동차상해가 아니라 ‘자기신체사고’라면 다음 갱신계약 시점이 돼야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든 갱신이든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이 점을 확실히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는데 치료비도 다 받을 수 없다?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인 나를 비롯해 함께 타고 있던 가족의 신체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기신체사고와 자동차상해 중 무엇을 가입했는지에 따라 치료비를 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한 손해보험사의 약관에 있는 사고 예시를 살펴보자.
부부가 같이 탄 자동차를 아내가 운전하던 중 전신주를 들이받아 조수석에 탑승한 남편이 부상당했다. 이 사고로 남편은 3개월 간 입원, 경추 염좌로 총 500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했다.
위의 표에서처럼 동일한 가입금액으로 가입한 자동차상해와 자기신체사고가 동일 사고에서 715만원의 보험금 차이가 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의 부상 및 후유장애 급수 적용 여부에 있다.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거나 후유장애가 남을 때 의사의 진단에 따라 법에서 정하는 1~14급의 세부 급수가 정해진다. 1급이 가장 심한 피해이며, 14급은 비교적 경미한 피해다. 자기신체사고는 가입한 보험사와 가입금액에 따라 약관에서 정하는 각 급수별 세부 한도를 적용받는다.
앞선 사고 예에서 남편의 부상정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의 12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상 3000만원을 가입했을 때 약관에서 정한 12급의 한도인 80만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치료비 500만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420만원은 자기신체사고를 선택한 가입자 스스로가 책임져야할 몫이다.
반대로 자동차상해는 급수별 세부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부상에 사용할 수 있는 3000만원을 한도로 실제 손해액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 치료비 전액 및 입원으로 일을 하지 못한 손해인 휴업손해, 위자료 등을 약관에서 정하는 금액으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상해의 가입이 올바른 자동차보험의 사용법이다. 단, KB손해보험의 경우 자동차상해와 ‘부상가입금액 확장 특약’에 함께 가입해야 최고 가입금액에 가입할 수 있다. 증권에 ‘자상부상확장’이라고 표기된다면 제대로 가입된 것이다.
◇ 자동차상해를 선택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구상권’
자동차상해를 선택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상권 행사 유무에 있다. 구상권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내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보험사가 타 차량의 대인배상에서 돈을 가져올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다른 차량과 과실을 공유하는 쌍방과실인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 나의 치료비 등은 내 과실만큼 내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기신체사고 혹은 자동차상해에서 보상받고 내 과실 이외의 부분은 상대 차량의 대인배상으로 처리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이 2대일 경우 과실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는 비교적 쉽고 빨리 해결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2015년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처럼 다중추돌사고의 경우 과실비율은 법원의 판결로 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과실 확정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자기신체사고는 구상권 행사가 불가능해 과실이 확정되지 않으면 치료비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상대방 대인배상에서 추후 돈을 가져오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대인배상에서 받을 돈이 정해져야 나의 자기신체사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동차상해는 구상권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과실확정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고 즉시 가입한 금액을 한도로 나와 가족의 신체적 피해를 보상한다. 이후 과실이 확정되면 내가 가입한 보험사가 구상권을 행사해 상대 차량의 대인배상에서 돈을 가져온다.
과실 확정 전 사고처리로 인해 과실보다 보험료가 더 인상된 경우 차액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중환자실의 치료비 등을 생각한다면 사고처리를 위해 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사고처리를 못해 적금 해약 또는 대출을 이용을 꺼린다면 자동차상해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 자동차상해의 선택만큼 중요한 가입금액의 고민
자동차상해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입금액에 대한 고민도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상해는 내가 아무리 잘못해도 나를 100% 이해해주는 부모같은 존재라면 자기신체사고는 싸울 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연인사이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상해는 운전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고 보상금을 계산하지만, 자기신체사고는 운전자의 과실을 포함해 보험금을 계산한다. 따라서 자동차상해의 선택 후 금고 속에 많은 돈을 보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상해에 가입된 증권의 경우 사망 및 후유장애 1억 / 부상 3000만원에 가입된 경우가 흔하다.
자동차상해는 과실을 따지지 않고 특히, 2017년 3월 1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대인배상 지급기준이 개정되면서 상실 수익액, 위자료, 장례비 등이 상향 조정됐다.
개정은 자동차상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입할 수 있는 최대가입금액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 가입한 보험사와 가입방법(설계사와 인터넷 다이렉트)에 따라 최대가입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상해의 금고 속에 사망 및 후유장애 3억 / 부상 3000만원 이상을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신체사고의 저보장과 비교 기명피보험자의 요율에 따라 다르지만 1년 보험료 차이는 5만원 내외이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
자동차상해에 고보장으로 가입하는 것은 가장의 부재를 대비해 자동차보험 속 사망보험금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명피보험자가 가입하면 가족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자동차상해의 가입금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기고자 약력
- 자동차사고 상담 및 자동차보험 증권 분석 전문 인스체크(InsCheck) 대표
- <자동차보험 사용설명서> 저자
- 現 인더뉴스, 한국보험신문 보험 칼럼니스트
- 現 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전문 강사
- 前 삼성화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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