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통장엔 매년 도둑(?)이 방문합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고도 잘 나지 않는데 보험료는 무척 비싸게 느껴집니다. 막상 사고가 나면 문제가 생기기 일쑤입니다. 꼭 필요한 특약에 가입돼 있지 않기도 하고, 보험사의 서비스가 불만족스럽기도 합니다. 자동차보험 어떻게 가입하고 써야할까요? 보험전문가 인스체크 김진수 대표가 8회에 걸쳐서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인스체크 김진수 대표] 살다보면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믿을 것은 통장에 모아 둔 돈이다. 교통사고에서도 사고 처리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문제는 돈의 액수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돈이 필요할 경우 큰 낭패다.
이 때 자동차보험이 효자가 된다. 물론 제대로 가입하고 올바른 사용이 전제돼야 한다. 사용하는 담보는 ‘배상’이란 이름이 붙어진 금고다.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3개의 금고 속에는 타인의 피해를 위한 돈이 보관돼 있다.
◇ 반드시 존재하는 금고 : 대인배상Ⅰ
대인배상은 이름 그대로 타인의 신체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돈이 보관된 금고다. 우선 대인배상Ⅰ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이 금고는 ▲반드시 존재하고 ▲잠금장치가 없는 유일한 금고이자 ▲ 내부에 14개의 서랍이 존재한다.
대인배상Ⅰ은 금고 자체가 법적 의무가입의 대상이다. 모든 자동차보험에는 이 금고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 금고는 잠금장치가 없는 유일한 금고다. 대인배상Ⅰ은 아무나 운전해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피해자를 최소한의 구호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가령, 도난차량이 경찰과 추격전 중 행인을 치는 사고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도난 차량의 자동차보험에서 1원도 배상받을 수 없다면 행인은 매우 억울할 것이다. 이런 억울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대인배상Ⅰ에는 장금장치가 없는 것이다.
대인배상Ⅰ의 내부에는 14개의 서랍이 있다. 타인의 신체적 피해는 크게 사망, 후유장애, 부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돈이 구분돼 보관된다. 사망은 1억50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후유장애와 부상이다. 후유장애와 부상의 경우 의사에 진단명에 따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의 법적 기준에 근거 1~14급의 후유장애 및 부상등급이 정해진다. 대인배상Ⅰ은 후유장애 및 부상 각각 14개 총 28개의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다.
가장 경미한 인적피해인 부상 14급의 경우 50만원지 사용할 수 있으며, 사망 및 후유장애 1급의 경우 1억50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세 경우 모두 보관된 돈을 다 써도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인배상Ⅱ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 보통 보관된 돈이 무한대인 금고 : 대인배상Ⅱ
대인배상Ⅱ는 별도로 가입해야 사용할 수 있는 금고다. 이 금고의 존재와 보관된 돈은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대인배상Ⅱ는 대인배상Ⅰ에 보관된 돈이 부족할 경우 추가적으로 열어서 꺼내 쓰는 금고다.
지난 2000년에 모 댄스가수의 하반신 마비 사고의 법원에서 합의된 금액은 21억원이다. 현재 기준으로 살펴보면 21억원 중 대인배상Ⅰ에서 후유장애 1급 1억5000만원을, 대인배상Ⅱ에서 19억5000억원을 사용한다.
이 사고처럼 고액 인적 피해 교통사고에서 대인배상Ⅱ가 가입되지 않거나 가입금액이 무한이 아닌 경우 운전자는 수십억의 채무자가 된다. 또한 무한으로 가입 중이라도 잠금장치가 있는 금고이기 때문에 지문과 비밀번호인 운전자 한정특약을 위반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된다.
따라서 대인배상Ⅱ는 반드시 필요하며, 가입금액을 무한으로 가입해야 한다. 대인배상Ⅰ의 사망, 후유장애, 부상 모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경미한 부상의 경우에도 전신마비나 사망 같은 심각한 피해에도 대인배상Ⅱ의 금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인배상Ⅱ를 무한으로 가입했다는 것은 금고 속에 백지수표를 넣어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를 사망하게 한 사고에서도 가해운전자는 민사적 배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백지수표로 피해액 전액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특정금액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 금고 : 대물배상
상대 차량의 수리비, 수리 기간 동안 대신 사용한 렌터카 사용료, 기타 물건 및 건물 등의 수리비, 수리 기간 동안 영업 손실, 애완동물 및 가축의 피해 등을 배상하기 위해서는 대물배상 금고 속의 돈을 사용한다.
대물배상은 타인의 재산상의 손실을 배상하는 돈이 보관된 금고다. 최근 ‘억 소리’ 나는 수입자동차가 증가하고 재산피해의 규모도 큰 사고가 빈번해 대물배상의 고액 가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물배상도 법적 의무가입인 금고다. 하지만 대인배상Ⅰ과 다른 점은 금고 자체를 의무가입으로 정하지 않고 금고 속에 보관된 돈을 정한다. 2000만원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상의 금액은 가입자의 선택 사항이다. 그럼 대물배상 금고 속에는 얼마를 보관해야 할까.
지난 2014년 서울 유명 호텔 정문으로 모범택시가 돌진한 사고가 발생했다. 모범택시 기사는 운전 전문가다. 하지만 한 번의 사고로 4억원이 넘는 채무자가 될 수 있었다. 주 출입문인 대형 회전문의 파손 및 영업 손실 등 호텔 측 피해액은 약 5억원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택시가 가입한 대물배상 가입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호텔 측의 배려로 잘 해결된 사고지만 세상은 점점 타인의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믿을 것은 가입한 자동차보험이다.
지난해 한 대형 손해보험사의 전체 자동차보험 중 대물배상 10억원 가입 비율은 10.2%다. 10대 중 9대가 억대 채무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용 자동차보험 기준 대물배상 1억원과 최고 가입 가능 금액 10억원의 연간 보험료 차이는 2만원 내외다. 가입자의 요율이 좋을 경우에는 1년 보험료 차이가 커피 한 잔 값보다 저렴할 수도 있다. 커피 몇 잔만 덜 마시면 대물배상 금고에 10억원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는 말. 자동차보험료는 참고 사항이지 보험 가입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 기고자 약력
- 자동차사고 상담 및 자동차보험 증권 분석 전문 인스체크(InsCheck) 대표
- <자동차보험 사용설명서> 저자
- 現 인더뉴스, 한국보험신문 보험 칼럼니스트
- 現 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전문 강사
- 前 삼성화재 근무
- kjinsoo@insche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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