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조합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져 교섭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향후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산공장 정상화는 물론 2019년 임단협 교섭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51.8%(1109명)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21일 밝혔다. 총 조합원 2219명 가운데 1023명이나 찬성(47.8%)표를 던졌지만 86표 차이로 통과되지 못 했다.
이날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과는 다시 투쟁하라는 조합원들의 명령으로 보고 있다”며 “전면 파업을 포함한 투쟁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재협상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28번 만나 임단협 교섭을 진행한 끝에 간신히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이 기간 동안 노조는 총 25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손실액이 커지자 사측은 공장 문을 닫는 ‘셧다운’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극심한 진통 끝에 나온 잠정합의안은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노조는 기본급 동결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근무강도 및 전환배치 절차 개선에 합의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단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한 내용은 과반 찬성을 이끌어 내기 힘들었지만, 장기 협상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찬반투표가 부결됐던 지난 사례로 비춰봤을 때, 다시 잠정합의안이 나오려면 최소 2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58.3%의 반대로 부결됐던 지난 2017년엔 라인수당 할증률(30% → 40%) 등을 높여 2주 만에 가결(찬성 57.8%) 된 바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 행진은 지난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2014년과 2016년엔 세 번이나 투표했고, 2017년과 2018년 역시 1차 투표를 통과하지 못 했다. 통상임금 문제로 기명투표했던 2015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4년 연속 부결된 셈이다.
2018년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가장 큰 이유는 ‘기본급 동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전환배치 절차 개선 등을 이끌어냈지만 역부족이었기 때문.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동참했던 노조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65.6%나 반대한 것이 투표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국의 직영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영업지부 소속 444명의 조합원 가운데 무려 290명이나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면, 부산공장 소속 조합원들은 총 1736명 가운데 52.2%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47.2%에 그쳤다. 이는 노조 출범 이후 1차 투표결과로는 역대 최대의 찬성률이다.
영업지부 조합원들의 반대표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상실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참여한 영업지부가 기본급 동결이라는 결과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노조 관계자는 “2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대의원들과 향후 투쟁 및 교섭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곧바로 교섭이 진행되긴 힘들겠지만 사측의 태도에 맞춰 투쟁 수위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