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앞으로 쿠팡 없이 살겠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순직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반 쿠팡’ 여론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혁신 서비스를 앞세워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쿠팡이 정작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환경 개선에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깔려있습니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를 해시태그로 내건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대한민국 실시간 트렌드 4위에 오를 정도로 열기를 띄었습니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은 “쿠팡에 타격 주는 방법은 쿠팡 회원탈퇴다”, “쿠팡은 이제껏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전혀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고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쿠팡 불매 운동이 거세지는 이유는 최근 벌어진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불거진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쿠팡은 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사와 판매자 정산 지연 등으로 쌓아온 실망과 불만이 이번 화재로 폭발한 겁니다.
화재 발생 3일이 지나서야 지난 19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김동식 소방관 장례식장을 찾았고 다음 날에는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명의로 순직 소방관 유가족과 덕평물류센터 직원을 위한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반쿠팡’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번 화재가 선풍기를 연결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방당국 발표 이후에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 없이 근무하는 환경에 노동자들이 내몰려 있었다는 의미기 때문입니다.
각종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 와중에 보여준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무책임한 행보도 논란이 됐습니다.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후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는 국내 법인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해당 법안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증권신고서에서도 해당 규제가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라고 적었습니다.
김범석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한 노동자가 야간 근무 후 귀가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침묵을 택했습니다.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엄성환 쿠팡풀필먼트 전무를 대신 참석시키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안전불감증을 폭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자신이 화재 당일인 17일 근무 중이었다고 밝히며 “5시 10분 15분께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그간 오작동이 잦아 일을 멈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뒤늦게 연기가 차오르는 것을 보고 내부 물류센터 관리자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비웃음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인은 관리자가 “불난 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하겠다. 퇴근이나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쿠팡은 지난 20일 강한승 대표 명의로 낸 의견문에서 “김동식 구조대장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 설립과 함께 평생 유족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강한승 대표는 이어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화재 예방을 위해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진행해 개선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