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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북스 플러스] 이희주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내 뒷모습을 바라봐 주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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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04, 2024, 19:01:53

이희주/112쪽/시인동네 시인선 222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

 

무슨 일 했는가 묻길래 증권회사 다녔었다고 하니

자본주의의 꽃 아니냐며 돈 많이 벌었느냐고 묻는다

시를 썼다고 말하니 시를 읽어줄 사람이 있었겠느냐

시를 쓰다니 당신이 그럼 시인이었냐고 그가 묻는다

<슬픈 질문 전문>

 

작가를 꿈꾸며 고등학교 시절 문학반 활동에 매진한 소년은 1980년대 초반 국문학도가 됩니다. 대학 졸업 직후 1989년 <문학과 비평>가을호에 시 16편을 올리며 등단합니다. 정작 사회생활은 문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샐러리맨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회사 생활에 치열했습니다. 퇴직 전 마지막 명함에는 한국투자증권 전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1962년생인 이희주 시인은 이른바 증권맨으로 인생의 절반을 보냈습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증권업에 있으면서도 시에 대한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현대문학>과 <작가세계> 등 쟁쟁한 문학잡지에 시를 꾸준히 발표했고 1996년 첫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고려원)를 상재했습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고 일이 많아지면서 차분히 시를 쓸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이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시인동네)에는 이 시인이 퇴사 후 2년여간 '직장인'이란 굴레와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쓴 <슬픈 질문>을 포함한 총 68편의 시가 담겨있습니다.

 

시인은 첫 번째 시집에 실었던 시 <면접 보는 시인>에서 "월급 많이 준다기에 왔습니다"고 증권사에 입사한 이유를 고백합니다. 실제로 시인이 입사한 한국투자증권(구 한국투자신탁)은 증권가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던 곳입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돈이 필요했던 시인은 수치만 오가는 증권업에 투신했고 33년간 여러 부서를 거쳐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조직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는 그래서 어느덧 퇴직과 함께 인생 후반부를 맞이하는 60년대생 샐러리맨들의 애환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서는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아왔다/퇴직을 하고/이제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세상 누구에게도/ 굽실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방감을 토로하다가도 이어지는 <질서>에서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를 지운다/더 이상 돈벌이를 못하는 사람이니/호젓한 명분과 뜨뜻한 언어로/나의 체면을 살피며 조용히 떠난다"고 씁쓸해 합니다.

 

시인은 자서를 통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자산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며 어떤 화두를 잡고 시를 썼는지를 넌지시 알려줍니다.

 

덕분에 68편의 시 이면에는 한국의 자본주의가 급격히 발전하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격동의 세월 동안 신입사원을 거쳐 중간 간부가 되고 어느덧 은퇴하는 세대로 접어든 이른바 386세대 앞줄에 섰던 중년남성의 회한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시인은 그 회한에 뭍어있는 치기와 자기연민마저 직시하며 퇴직으로 달라진 삶과 인간관계 등을 근면한 생계의 현장에서 닦은 간결하고 단단한 시어들로 모자이크해 놓습니다.

 

이렇게 삶의 두 번째 마디를 여문 시인은 "조직에서 밀려나고 사랑에 배신당하고 타자들에게 소외되고 고립된, 한마디로 슬프고 쓸쓸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다짐합니다. 그 다짐은 시인이 앞으로도 사람들의 뒷모습과 그 그림자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예고이기도 합니다.

 

비록 <불온한 산책>에서 "걸으면 걸을수록 내가 사는 나라가 슬프다" 한탄을 하기도 하지만 <어른 김장하>에서 "나는 앞모습보다 먼/뒷모습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앞만 쳐다보던 사람보다/뒷모습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더 소중했다"고 적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시인에게 "당신이 시인이었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고개를 저으며 "지금도 시를 쓴다"고 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마도 시인의 그 모습이야말로 <종점>에서 말한 "사람들은 그곳을 종점이라고 불렀으나/나에겐 그곳이 곧 출발점이었다"고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명패 없는 인생의 진정한 시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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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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