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한동안 수면 밑에서만 맴돌았던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급해야할 돈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생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보사들은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건과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여부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ING생명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고, 라이나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제외한 모든 생보사가 이 문제와 관계돼 있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생보사와 당국은 약관에 명시됐던 문구를 두고 해석을 다르게 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생보사들이 해당돼 입장표명을 해왔지만 결국 당국에서 지급결정을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보험사마다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해 지급액을 확인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업계에서는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발견했다.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준다고 명시돼 있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표준약관을 그대로 주계약과 특약에 동일하게 적용돼 재해사망특약에도 이 약관이 적용됐다”며 “해당 문구에 대한 해석과 입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2010년 4월 이전의 약관에는 재해사망특약 중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고에 대해 ‘2년이 경과한 후에는 자살하거나 장해지급률 80%이상이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었다. 여기에 보험사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재해사망의 기본원리에는 ‘우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살의 경우는 이에 정확히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억울한 측면이 크지만 생보업계는 조심스럽게 당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약관의 해석은 고객의 이익을 원칙에 두고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생보사 관계자는 “자살이라는 사망이 얽혀 있어서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다”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자니 자살조장 우려가 있고, 안주자니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는 이번 자살보험금 지급여부와 관계없이 금융당국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추후 고객의 추가적인 반발이 없도록 확실한 명분을 기반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거나 다른 방법으로의 합의점을 만들어 소비자에게도 명확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