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은 1일 신년사에서 정책금융 역량을 결집한 '수출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해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습니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슈퍼 트럼프' 시대 대한민국이 수출입은행에 기대하는 역할은 다양한 금융수단으로 국익을 확대하는 국제협력은행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윤희성 은행장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더욱 강고히 하고 수출시장을 중남미·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의 신년사 전문입니다.
사랑하는 수은 임직원 여러분.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특히 멀리서나마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해외 현지에서 근무중인 우리 직원들과 그 가족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 덕분에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수은법 개정으로 자본금 한도를 대폭 확대해 수은의 다음 50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긴축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에서 수은의 역할을 인정받아 1000억원 현금출자와 EDCF 예산증액을 확정했습니다.
공급망안정화기금 운영을 개시하고 개발금융 신상품을 출시해 수은의 새로운 역할을 본격화하는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국제협력은행'을 향한 발전전략도 수립했습니다. 2024년은 곧 창립 50주년을 맞는 수은의 다음 50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한해였습니다. 어려운 일을 맡아 밤낮없이 고생했을 우리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지난 성과를 마냥 자축하기에는 2025년 우리가 마주한 대외환경이 말그대로 시계제로인 상황입니다. 더욱 강력해진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정부 재출범으로 국제질서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재점화되고 강대국이 자국 이익의 관철을 추구하는 가운데 기존 다자 국제질서는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미국이 핵심 수출시장이자 투자처인 우리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업계는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는 대한민국 수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입은행의 역할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높아진 기대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은이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기대와 신뢰에 다시 한번 부응하기 위해 2025년 우리가 모든 역량을 집중할 3가지 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수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합시다.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수출은 최대 448억불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공급망 블록화가 본격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구축해 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도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과잉생산·저가공세를 강화할 경우 우리 기업들이 겪을 어려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업들의 고통을 나누는 것은 물론 더욱 정밀한 분석과 전략적 접근으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합니다. 먼저 무역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을 자동차·이차전지 등 핵심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나아가 미국 신정부 출범이 오히려 기회가 될 조선·방산·원전 등 전략 수주산업을 중점 지원하고 글로벌 사우스 등 신시장 진출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은의 정책금융 역량을 결집한 '수출위기 대응체계'를 행내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수출현장에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시 점검하고 새로운 무역·산업정책이 발표되는 즉시 수출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신속한 맞춤형 금융 프로그램 시행으로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둘째, '다양한 금융수단으로 국익을 확대하는 국제협력은행'으로 나아갑시다.
'슈퍼 트럼프' 시대에 대한민국이 수출입은행에 기대하는 역할은 바로 이것입니다. 국제 경제질서의 구심점이 약해질수록 대한민국에는 전략적 경제협력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재편 대응과 수출시장 다변화 등 우리 경제가 명운을 걸고 씨름해야 할 과제들은 대한민국 혼자가 아닌 전략적 협력 파트너와 함께라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급망 재편 대응을 위해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더욱 강고히 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창출하는 현지 고용과 에너지·원자재 분야의 구매력을 지렛대 삼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 파트너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전략적 역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수출시장을 중남미·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다변화해 특정시장 쏠림을 줄이고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약한 신시장에 진출하려면 가격과 품질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수출, 투자 그리고 수은의 금융지원이 현지 경제·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협력 모델을 통해 단순 수요처 확대를 넘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수출입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국제협력은행을 지향하는 우리의 비전과 전략을 펼쳐보일 무대가 열린 것입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대외전략과 EDCF를 연계하고 개발금융 신상품을 활용해 국익을 확대하는 성공적 지원사례를 창출해야 합니다.
또한 수출금융부터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아우르는 K-Finance 패키지로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선보이도록 합시다. 2025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경제협력의 핵심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우리 수출입은행을 발판 삼아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합시다.
셋째, 조직 내부의 변화와 혁신을 본격화합시다.
국제 무역질서는 변곡점을 맞고 글로벌 경쟁 문법이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전장(戰場)을 마주한 지금 익숙한 방식으로는 결코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기존 관행을 당연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과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갖춰야 합니다. 날로 가속화되는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더욱 효율적으로 스마트하게 일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금융경쟁력이 수출과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우리는 성과와 역량을 중시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인사를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경쟁에서 비켜선 공공기관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 서있고 변화와 혁신의 물결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수은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알 듯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습니다. 단 1도만큼의 주의만 부족해도 99도가 되도록 물을 끓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 관행이니까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동료들의 수고와 성과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수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우리의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은 투명하고 윤리적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이 우리의 조직문화로 자리잡도록 저를 포함한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수은 임직원 여러분.
밝은 대낮에는 빛의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짙은 안개 속을 걸을 때 비로소 앞길을 비춰주는 한 줄기 빛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실행으로 시계제로인 대한민국 경제의 앞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도록 합시다. '국제협력은행'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거나 새로 확보한 인력과 자본이 조직 확대 수단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을 경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정책금융 성과를 선보이는 한해를 열어갑시다. 수은이 쌓아온 저력과 역량으로 다가올 위기를 돌파해봅시다. 2025년은 우리 경제와 수은이 새롭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여객기 참사로 인한 엄청난 인명피해에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수은 임직원도 국민과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