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영업은 관계다. 우리 술 팔아주는 도매사 대표님 생일에 가야 되고 판촉도 해야 한다. 도매사가 주말에 야유회 간다고 하면 따라가야 한다. 특판 영업하는 사람은 참이슬 인형탈을 써야 하고 업소에서 이모님 도와 마늘도 까야 한다. 영업하는 사람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1924년 10월 3일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한 하이트진로가 올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국내 상장사 중 100년 이상 된 기업이 9개인 가운데 식품회사로는 하이트진로가 처음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식품사 최초 100년 기업의 원동력으로 우수한 제품력, 참신한 마케팅 그리고 영업을 꼽았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달 29일 '100년을 만든 하이트진로의 영업'이라는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 주류 시장과 정부의 주류 정책, 달라진 소비행태에 맞춰 하이트진로가 펼친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국내 주류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주류부문) 3강 체제입니다. 소주는 하이트진로, 맥주는 오비맥주가 각각 오랫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 제조면허를 가진 제조사가 2729개 있으며 새롭게 출시되는 주류 신제품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1958년 거래처를 초청해 야유회를 진행한 게 주류업계 '영업'의 시초였습니다. 직접 업소에 들어가 포스터를 붙이고 종업원과 관계 관리를 하는 최초의 특판영업이었습니다. 진로는 90년대 중반부터 특판영업을 시작했고, 2010년 업계 최초로 특판영업 전문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 현장에서 품질관리를 처음 시행한 것도 하이트진로였습니다. 1995년 하이트 맥주 라벨에 온도계를 부착했고 2006년부터는 오래된 맥주를 신선한 맥주로 교환해주는 'FRESH365'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알루미늄 생맥주 통을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생맥주 품질관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현진 하이트진로 영업부문 상무는 "영업을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판매나 매출, 영업이익이 아닌 '경쟁'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여러 경쟁 상황 속에서도 하이트진로는 주류 매출 1등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국내 전체 주류 시장 10조 매출의 40%를 하이트진로가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주류 유통은 제조사가 생산한 술이 1차 거래처(도매사·벤더·특수거래처)와 2차 거래처(일반업소·대형마트·호텔 등)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1차 거래처 대상으로 주문 및 출고, 재고관리, 대금회수, 계약업소 관리 파트너십 관리 등으로 이뤄지는 게 '도매영업'입니다.
2차 거래처는 '특판영업'으로 식당이나 마트 등에 제품 사입, 진열률 개선, 거래처 개척, 홍보물 부착 등을 담당합니다. 소비자와 만나는 최접점 현장입니다. 1차 거래처와 2차 거래처, 소비자 모두 사람 간의 만남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곧 영업이라고 하이트진로는 설명했습니다.
스포츠와 축제에 빠지지 않는 게 술입니다. 소비자들이 스포츠와 축제에서 주류를 접하고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주류 경험을 자주 제공하는 게 주류회사들의 목표입니다. 하이트진로는 프로야구 경기장부터 전국 지역 행사·맥주축제·대학축제 등에서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참이슬과 진로가 전국 대부분 지역 소주 시장을 장악했지만 유독 부산 소주 시장 공략에는 애를 먹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좋은데이, 대선 등 지방 제조사 강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산 지역 공략을 위해 부산을 소주 전국 제패의 마지막 퍼즐로 설정하고 영업력을 집중했습니다.
지역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 부산 월드 엑스포 유치 홍보, 임직원 집단 판촉활동, 전담조직 운영, 지역 사회공헌 활동 등 소비자 영업을 강화했고 10년 만에 부산 지역 소주 1위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하이트진로 내부 추정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약 6%대였던 부산 소주 점유율을 올해 40%대로 끌어올렸습니다.
실제 특판 영업사원의 하루도 공개했습니다. 4년차 영업사원 강유지 씨의 하루는 내근업무-지점장 회의-상권 점검-대학축제 및 서포터즈 관리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강 씨는 "3일간 건국대 축제 대동제를 실시하는데 교내에서 이마트24와 연계해 판매 부스를 만들었다고 해 점검 차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시장 환경에 따라 국가별 영업 전략을 다르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과일소주 위주로 현지화 마케팅 전략에 힘쓰고 있습니다. 국내 영업에서는 경쟁 격화에도 맥주(테라·켈리)와 소주(진로·진로골드) 신제품을 다양하게 공급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류 시장도 저렴한 제품을 찾는 '가성비'와 차별화가 핵심인 '프리미엄'으로 양분되는 추세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프리미엄 소주 제품을 강화하고 있으며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시장 전체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김현진 상무는 "최접점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고,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며 모든 즐거움과 슬픔이 있을 때 소비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하이트진로의 영업이 되겠다"며 "외국계 기업보다는 국내에서 성장한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