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방탈출 카페는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밌습니다. 오감으로 힌트를 조합해 새로운 공간을 찾고 제한 시간에 탈출하면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젊은 층에서 인기입니다. 이전에는 없던 놀이 문화입니다. MZ세대에게 소비는 경험이고 특별한 경험은 개성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교촌필방 치마카세는 그런 점에서 방탈출 카페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교촌필방은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올해 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열었습니다. 교촌치킨은 이곳에 업계 최초로 치킨과 오마카세(맡김차림)를 접목한 '치마카세'를 선보였습니다.
교촌필방은 큰 간판이 없습니다. 'KyoChon 1991' 같은 간판이 크게 달려 있을 걸 상상했기에 입구를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지도와 건물을 여러 번 번갈아 보다가 발견했습니다. 커다른 붓이 힌트였습니다. 교촌의 조리 방식을 상징하는 대형 붓을 수직으로 당기면 미닫이문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매장명에 붓을 만들어 판매하는 '필방'이 붙은 만큼 출입구부터 장인이 제작한 다양한 붓들을 전시해놨습니다. 매장에 들어가 홀 한쪽 벽면에서 식자재 진열대로 위장하고 있는 문을 한 번 더 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집니다. '스피크이즈바'를 테마로 꾸민 치마카세 전용 공간입니다.
스피크이즈바는 1920~19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생겨난 무허가 주점이나 주류 밀매점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간판이나 출입구가 숨겨져 있는게 특징입니다. '아는 사람만 가는' 비밀 공간 같은 개념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는 주점,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전에 없던 것을 볼 때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비일상적이고 이색적인 경험은 입소문을 부르고 추가 방문과 소비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신선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첫 시도는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입니다. 교촌필방 치마카세도 그랬습니다.
지난 6월 오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가격 대비 치마카세의 품질이나 서비스에 불만족한 후기들이 나타났습니다. 핵심은 ‘가격 대비’입니다. 소비자들은 지불한 가격(12가지 메뉴·5만9000원)에 비해 적정한 수준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교촌치킨은 3개월간 재정비를 거쳐 지난달 묵암(고요하고 어두움)을 콘셉트로 리뉴얼해 공개했습니다. 필방의 기본 요소인 먹을 활용해 공간의 고요함을 표현했습니다. 자연 재료인 석재로 울퉁불퉁한 벽을 꾸몄습니다. 한쪽에 마련된 수공간에는 석재 사이 물이 흐르고 안개가 슬며시 올라왔습니다.
가격은 1인당 7만원. 쾌적한 식사를 위해 좌석은 기존 7석에서 6석으로 줄였습니다. 셰프가 앞으로 진행될 코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줍니다. 힌트를 통해 히든플레이스를 찾는 과정과 철저히 분리된 공간, 독립된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방탈출카페의 한 챕터를 연상시켰습니다.
메뉴는 토종닭과 육계 특수 부위를 활용해 총 10가지 요리를 제공합니다. 8가지 코스요리로 닭(치킨)이라는 재료를 다양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메뉴는 ▲맞이 3종을 시작으로 ▲전체요리 ▲코스요리 1~4종 ▲식사 ▲디저트 순입니다.
코스요리 중 첫 번째는 토종닭 콩피&목살 숯불구이입니다. 기름에 장시간 조리한 토종닭다리와 목살을 솔잎과 숯불에 함께 구워냈습니다. 검은색 접시 위에 집기 편하게 45도 각도도 나오는 콩피를 그대로 잡아 들었습니다. 가지소스나 와사비, 핫소스 중 선택해 맛볼 수 있습니다.
'속을 채운 닭날개 튀김'은 닭날개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통통한 모습입니다. 토종닭 아래 날개에 새우살을 채워 튀겨냈습니다. 특히 허니소스가 담긴 벼루를 제공해 고객이 직접 붓으로 발라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교촌치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동시 체험 요소를 강화했습니다.
'특수부위 닭불고기'는 토종닭의 안창살과 등살 등에 특제소스를 입혔습니다.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미나리 겉절이가 함께 나옵니다. 마지막 코스 요리 '치킨버거'는 된장소스 베이스 패티에 토종닭의 다양한 부위와 닭가슴연골을 넣었습니다. 빵 사이 볶은 톳을 얹어 오독한 식감을 살렸습니다.
이날 디너를 담당한 임세훈 셰프는 "닭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로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물어보면 치킨버거 선호도가 근소하게 높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마다 식사 시간이 다른데 제한 시간 내 8가지 메뉴를 내놔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식사 메뉴인 ‘영양 솥밥 반상’은 이전 치마카세 양이 적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해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숯불에 구운 토종닭 넓적다리와 죽순 등 뿌리채소, 닭육수로 만들었습니다. 디저트로는 설탕 캐러멜을 곁들인 크림브륄레와 차가 테이블에 놓였습니다.
교촌치킨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카세를 시작했습니다. 교촌치킨은 올해 창립 32주년을 맞았습니다. 치열한 치킨 전쟁 속 젊은 세대에게 자칫 '옛날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당장 수익 창출보다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필방 치마카세는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려고 한다"며 "30년 넘은 교촌 브랜드가 젊은 사람들에게 노후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생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