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한류란 한국의 문화가 해외로 전파돼 인기리에 소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국 영화·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에 대한 관심은 음식으로 퍼졌고 어느새 라면은 K푸드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농심은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신라면을 전 세계에 수출하며 K라면을 알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내 농가 지원과 축제를 통해 지역 사회 상생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는 농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역입니다. 연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라면의 3분의 2를 구미에서 만듭니다. 구미공장은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식품을 생산해 국내외 공급하는 농심 제품 생산의 거점이자 라면 생산의 ‘심장’으로 여겨집니다. 농심과 구미의 인연은 3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 신라면 생산 75% 책임지는 구미공장..다시마 등 농가 지원 꾸준
1990년 9월 설립한 농심 구미공장은 구미 제1 산업단지 내 위치했습니다. 총면적 8만4529㎡(2만5570평)으로 생산공장 2곳, 물류센터 2곳으로 이뤄졌습니다. 이곳에서 라면·과자 등 42종(봉지면 13종·용기면 17종·스낵 10종·수출제품 2종)의 제품을 생산합니다.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75% 이상이 구미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분당 약 600개의 신라면을 생산합니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665만개입니다. 월간 기준 1억4000만개, 연간으로는 16억7000만개에 달합니다. 일 최대 생산량(665만개)은 전체 구미 시민이 하루에 라면 1개 이상 먹을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합니다.
구미공장은 자동화 시스템과 고속 생산 체계를 갖췄습니다. 유탕면 12개 라인(봉지면 8개·용기면 4개), 스낵 4개 라인 총 16개 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6개의 봉지면 고속라인에서만 신라면, 짜파게티 등 봉지면을 하루에 388만개 만들어냅니다. 스낵 라인은 먹태깡, 양파링, 매운새우깡 등 과자 제품을 하루에 63만개 생산합니다.
이 공장은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위생절차 준수, 면·스프 모양, 포장불량, 수량부족, 소비기한 표시 검사 등 5가지 AI 기술을 생산공정에 적용합니다. 구미공장의 연간 생산금액은 2019년 6606억원에서 지난해 7697억원으로 4년 새 16.5%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약 83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신라면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함께 K푸드 열풍을 선도하는 대표 한국 라면입니다.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팔리며 지난해 국내외 신라면 매출은 1조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구미는 신라면이 가장 많이 탄생하는 ‘신라면의 고향’입니다. 신라면의 활약은 구미 지역사회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농심은 구미시 1등 식품회사이자 구미시 소재 기업 중 매출액 순위 10위인 기업입니다. 현재 645명(여성 463명, 남성 182명)이 구미공장에서 근무 중이며 누적 근무자는 약 6500명에 이릅니다. 농심에 따르면 구미 라면공장으로 구미시에 연간 4500억원의 지역경제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 공장장은 "구미는 청년 유출 많아 인구가 적고 여성 비율은 높은데 이처럼 인력 수급이 어려운 부분에서 자동화를 통해 작업자들이 오퍼레이션(운영) 위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용기면 공정에는 로봇을 투입했다. 이곳에 고속라인에 설치하면 타 공장에도 할 수 있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경제 상생 활동은 구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를 출시하며 차별화된 해물우동 맛 구현을 위해 완도 다시마를 넣기로 결정했고 매년 400톤 내외의 다시마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누적 구매한 다시마는 1만7500톤에 달합니다. 농심이 매년 구매하는 다시마 물량은 국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2021년부터는 매년 10명의 ‘청년농부’를 선정해 귀농 청년의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농심은 이들이 수확한 감자를 구매해 포테토칩과 수미칩 생산에 사용하며 올해까지 약 850톤의 감자를 구매했습니다. 스낵 꿀꽈배기 핵심 재료인 아까시꿀을 재배하는 양봉농가 농가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년 160톤 안팎의 꿀을 구매하고 있으며 그간 구매한 국산 아까시꿀은 약 9000톤에 달합니다.
◆ 농심과 구미시, ‘라면축제’로 지역 상생 사례 확대
지자체들이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관광 산업과 연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가운데 농심과 구미시가 전개하는 라면축제가 대표 지역 상생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구미라면축제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되며 테마는 ‘세상에서 가장 긴 레스토랑’입니다. 구미역에서부터 475m를 라면으로 채운 ‘라면로드’로 만들었습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한민국 제1호 국가 산업단지가 구미에서 시작됐는데 55년 산업화와 함께 가장 애정 어린 음식이 라면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신라면 공장이 구미에 있어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며 “구도심이 쇠퇴하며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도심 속에서 축제를 열어 인근 상권도 살리자는 차원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3회를 맞은 구미라면축제가 구미시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구미시 분석 자료(지난해 기준)에 따르면 총 10만여명이 구미라면축제에 방문했으며 타지역 방문객 비율은 36%에 달합니다. 또 전후 1주 대비 축제 기간 소비금액이 약 17% 상승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올해 라면축제는 ▲라면문화로드 ▲후루룩라운지 ▲라면레스토랑 ▲라면스테이지 ▲후면광장 ▲라면전시관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라면레스토랑은 구미 대표 라면(15종)부터 전국 이색라면, 아시안누들 등 22종 라면을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구미 대표 라면 15종 가격을 5000원~9000원 사이로 책정해 ‘바가지 없는 축제’를 지향했습니다.
라면문화로드에는 농심 브랜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설치했습니다. 스탬프 이벤트를 열고 참여자에게는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제공합니다. 무인로봇 푸드트럭 관계자는 “하루 총 다섯 타임을 신라면 툼바 시식을 운영하는데 한 타임당 200명 정도, 하루에 약 1000명 정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라면 토크쇼 스타팝업 MGS가 진행됩니다.
라면공장소에는 면, 스프, 토핑 등을 선택해 ‘나만의 라면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구미 청년들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뉴타운 라면 빠’는 구미대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이 만드는 라면 안주와 구미 쌀로 만든 맥주 등을 판매합니다. 갓랜드에는 당일 오전에 만든 라면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총괄기획단장은 “국내 최대 식품회사 CJ제일제당에서 1조원 이상 브랜드가 비비고 하나며 비비고에는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신라면은 제품 하나로 1조원이 넘는다”며 “구미가 기존의 낙후된 산단의 이미지가 아니라 푸드와 관광이 결합된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K푸드 식품 산업을주도하는 도시가 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과 구미시가 라면축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축제 메뉴의 상설화입니다. 3일간 운영하고 끝나는 일시적 행사가 아니라, 소비자 호응을 바탕으로 해당 메뉴를 점주가 본인 사업장에 가져가 판매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축제가 지역 경제에 지속적인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윤성진 단장은 “라면이라는 메뉴는 K푸드의 핵심 콘텐츠로 산업과 연결될 수 있어 첫해에 산업관광 지원사업으로 시작됐다”며 “라면을 통해 지역 산업을 육성시키고 라면이 구미 식품 산업 전체를 견인하는 3가지 대표 메뉴(농심 라면·올곧 김밥·교촌 치킨) 중 하나로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